‘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의미의 도량발호(跳梁跋扈)가 올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교수 사회의 강도 높은 비판 의식을 담은 말이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08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41.4%(450표)가 도량발호를 꼽았다고 9일 밝혔다. 교수신문은 매년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해를 관통하는 사자성어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도량발호는 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뛴다는 도량과, 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린다는 뜻의 발호라는 고어(古語)가 합쳐져 형성된 사자성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삐뚤어진 권력자는 권력의 취기에서 깨어나야 한다. 최악의 사례가 지난 3일 심야에 대한민국을 강타한 비상계엄령이었다”면서 “야만적 행위가 아직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섬뜩하고 참담하다. 권력을 위임한 국민이 그 권력을 다시 회수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많은 권력자는 권력의 취기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2위는 ‘후안무치’(28.3%)였다.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추천자인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말을 교묘하게 꾸미면서 끝내 수치를 모르는 세태를 비판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3위는 ‘석서위려’(18.5%)로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뜻이다. 추천자인 이형진 숙명여대 교수는 “온 나라가 자신이 똑똑하다 믿는 지도자들로 끊임없는 혼란과 갈등으로 점철됐다”고 했다. 4위는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가정맹어호’(7.1%)가 차지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