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몸’이 아닌 ‘머리’를 개발하는 데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로봇용 운영체제(OS)가 확산하면 로봇 생태계를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어서다. 로봇 산업의 지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시장조사기관 마켓어스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소프트웨어 시장은 올해 201억 달러(약 28조원)에서 2032년 988억 달러(약 141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로봇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로봇은 자신이 학습한 결과를 클라우드에 공유하고 업데이트하면서 더 똑똑해질 수 있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역량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로봇 강자로 인정받는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주요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로봇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구글이 올해 초 공개한 ‘오토RT’는 프로그래밍이 필요했던 기존의 로봇과 달리 일상 명령으로 로봇이 스스로 행동하도록 진화했다. 예를 들어 상자가 흩어져 있는 테이블을 오토RT가 인식하면 알아서 상자를 쌓아 정리하는 식이다.
전통적인 로봇 강국이었던 일본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시장은 크게 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양분되는데,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분야는 산업용 로봇”이라며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더 주목받는 서비스용 로봇 시장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이 못 미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로봇 시장이 재편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 LG, 현대차 등 제조업 기반의 기업뿐 아니라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도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로봇에 이식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기술로 유럽컴퓨터비전학회(ECCV)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리포트에서 ‘휴머노이드 기술 제공자’로 네이버를 선정했다. 로봇 기술을 뒷받침하는 반도체·배터리 등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이 여럿 포함됐지만, 휴머노이드 기술 분야에서 선정된 기업은 네이버가 유일하다.
네이버는 최근 로봇 전용 OS를 개발했다. 네이버의 로봇 OS ‘아크마인드’는 로봇의 움직임 제어와 주요 서비스를 OS 형태로 제공한다. 업데이트를 통한 보안 기능 강화나 로봇 관리도 가능하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도 로봇 플랫폼 구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