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불발되자 분노한 시민들이 온·오프라인상의 다양한 방법으로 여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온라인상에는 표결을 거부한 의원 명단이 ‘박제’됐다. 이들에게 항의성 단체 문자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공유되고 있다.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엔 ‘국가 내란 동조범들 박제 사이트 개발해보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자신이 직접 영문으로 ‘내란24’라는 이름의 인터넷 사이트를 제작한 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신상 정보를 게시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2024년 12월 7일 국민의힘 탄핵안 불참자 리스트’라는 제목과 함께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의 지역구 정보가 의원 얼굴 사진과 함께 떠 있다. 작성자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사태가 1년이면 잊힌다는 소리를 하는 게 너무 화난다”며 “지역구 주민들이 영원히 계엄 사태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소속 의원 얼굴 사진이 삭제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일부 누리꾼이 의원들의 사진 등을 모아놓은 사이트를 연 것으로 추정된다.
여당 의원들에게 단체 문자를 전송하는 프로그램도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 앞으로 예고된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에서 찬성표를 행사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스팸 메시지 분류를 피하기 위한 글씨 변환 기능도 갖췄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자 폭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진보 지지층 커뮤니티에선 아예 국민의힘 의원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탄핵안 찬성을 독촉하는 문자를 보내자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반대로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안철수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는 “지켜줘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여당 의원 SNS는 비판 댓글로 도배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소장파로 꼽히는 김재섭 의원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김 의원이 지난 7일 탄핵 표결에 불참하자 그의 SNS에는 비판 댓글이 쏟아진 바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격앙된 여론은 온라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국민들이 탄핵을 지지하는 의사를 단순히 광장에 모이는 행동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과격해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의 서울 자택 현관 앞에 지난 8일 오전 ‘탄핵 찬성’ 내용이 적힌 손팻말과 흉기가 발견되면서 경찰이 김 의원 신변 보호 조치에 나섰다. 서울 도봉구에 있는 김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도 일부 시민들이 달걀을 던지고 문 앞에 근조 화환을 세웠다.
최원준 이동환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