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블랙 먼데이… 코스피 2.78%·코스닥 5.19% 급락

입력 2024-12-09 18:59 수정 2024-12-09 23:53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불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9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두 연저점을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 코스닥은 34.32포인트(5.19%) 하락한 627.01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만 ‘블랙 먼데이’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불발 후 첫 거래일인 9일 국내 증시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주가 급락 시 통상 저가 매수로 하방을 떠받치던 개인들마저 1조원 넘게 주식을 내던졌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폐기로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작용한 결과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8% 하락한 2360.58에 거래를 마감했다. 비상계엄 다음날인 지난 4일 -1.44%보다 하락률이 더 컸다. 지수는 지난해 11월 2일 2343.12 이후 403일 만에 가장 낮았다. 수급상으로 취약한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5.19% 급락한 627.01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4월 22일의 616.88 이후 1692일 만에 가장 낮았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거래일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은 113조990억원이, 코스닥 시총은 31조2400억원이 증발했다. 52주 신저가 종목도 속출했다. 코스피 400개, 코스닥 872개로 모두 1272개 종목이 일제히 신저가로 주저앉았다.

이날 증시 하락은 개인 투매가 주도했다. 개인은 이날 국내 주식 약 1조19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개인은 국내 증시에선 더 기댈 것이 없다고 본 것”이라며 “탄핵 불발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전망 등이 나오며 개인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독립리서치 리서치알음은 이날 보고서에서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 비중으로 미국 S&P500 84.6%, 비트코인 15.4%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정치적 불확실성 외에 한국 경제를 둘러싼 전망이 어두운 것도 ‘패닉 셀’(공포 매도)의 원인이 됐다.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한국 경제가 과거 탄핵 국면이 펼쳐진 2004년, 2016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경고했다. 2004년엔 중국 경제 호황, 2016년은 반도체 업황 개선이라는 긍정적 요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출 둔화와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장애물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치적 불안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43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정책금융·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시장 안정 조치, 자금 공급 등의 실행 기관으로서 각 기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금융 안정과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했다.

야당은 증시 상황 등을 근거로 윤 대통령 퇴진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 환율과 증권시장,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분야에 돌이킬 수 없는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광수 장은현 황인호 기자 세종=이의재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