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 캐러 가자, 달로”… 각국 깃발 꽂기 각축전

입력 2024-12-11 00:44
다누리가 2022년 12월 28일 달 상공 124km 지점에서 촬영한 월면과 지구. 과거에 운석이 떨어지며 만든 달의 충돌구와 저 멀리 지구에 떠 있는 구름이 뚜렷이 관찰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린 이래 인류는 70년 가까이 우주 시대를 열기 위한 첫 탐사지로 달을 공략해 왔다. 각국은 경제·과학적 잠재력을 가진 달을 우주 개발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달의 식민지화에 성공하는 국가는 희소 자원 채굴, 유인기지 건설 등을 통한 강력한 과학적 진일보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우주학계에 따르면 미국을 선두로 한 주요 선진국은 달의 잠재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러시아·미국·중국·인도·일본·한국 등 6개국이 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달 탐사에서 가장 크게 기대되는 경제적 이익은 희소 자원 채굴이다. 달의 토양은 장기간 태양풍의 영향을 받는 등 지구와 다른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된 탓에 지구에는 없는 광물이 다수 매장돼 있다.

이 가운데 특히 희소 동위원소인 헬륨-3에 관한 관심이 지대하다. 헬륨-3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물질로, 약 1g만 핵융합에 사용해도 석탄 40t만큼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예상되는 경제적 가치는 1t당 30억~50억 달러(약 4조3000억~7조2000억원)에 달한다. 핵융합 과정에서 연료로 사용해도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구에는 헬륨-3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그나마 있는 소량도 유의미한 채취가 어렵다. 전 세계 헬륨-3 채굴량 1년치를 모아도 그 양이 50㎏ 안팎에 불과하다. 그 외 지구에서 채굴 가능하지만 희소한 희토류·티타늄 등까지 고려하면 달은 그야말로 ‘노다지’나 다름없다.


달은 우주 탐사의 첫 물리적 관문이 된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현재 인류는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탐사 가능성과 가치가 높은 곳을 화성으로 보고 있는데, 달은 화성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장비와 인원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가늠할 일종의 시험 무대로 여겨진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은 생명 유지 장치와 비행 능력, 우주 탐사 기술을 최소한의 리스크와 최대한의 생산성이 보장되는 환경 아래 시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본격적인 달 탐사와 우주 진출의 선행 조건으로 달 유인기지 건설이 꼽힌다. 현재는 달에 무인 로봇을 내려보내거나 달 상공에 비행체를 띄우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달에 사람이 거주하며 직접 탐사에 나설 경우 미지에 싸여 있는 부분까지 세밀한 분석이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기지에 비행체 발사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까지 성공하면 화성을 시작으로 더 심층적인 우주 탐사를 위한 중간기지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달의 이 같은 전략적 중요성을 감지한 각국은 이미 천문학적인 자금을 달 탐사에 쏟아붓고 있다. 미국은 달 기지 건설과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내년까지 93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도 2022년 한해에만 달 탐사 등 우주 개발 예산에 120억 달러를 배정하며 미국과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국이 각각 추진하고 있는 달 심층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과 창어 계획(중국)이 성공할 경우 달의 전략적 점유를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