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실효적으로 지배했을 때 얻을 경제적 가치는 막대하지만, 현시점에 달의 식민지화는 꿈 같은 이야기다. 우주 기술력과 사업성, 국제 관계까지 수많은 산을 넘어야만 비로소 달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학계에 따르면 달에 유인기지를 세우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기술력이다. 현재처럼 무인 로봇을 이용한 소극적 달 탐사에서 나아가 인력이 상주하며 달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사람이 거주하기 위한 시설이 필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유인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도로·통신·발전소·생명 유지장치·주거지 등 막대한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혹독한 달 환경 속에서 인류를 도울 자동화 로봇과 기계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한 자재는 지구에서 달로 직접 쏘아 올려야 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 현재 기술력으로 건설 자재 0.45㎏(1파운드)당 약 1만 달러(약 1424만원)의 운송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가 기대를 거는 희소 자원에는 채산성 문제가 따라온다. 학계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헬륨-3가 달에 100만t 이상 매장돼 있다는 사실까지는 추정해냈지만,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채굴할지는 아직 뚜렷한 방법을 고안하지 못했다. 현지에서 토양을 채취해 고온 가열하는 방식으로 헬륨-3를 분리하고, 이를 다시 지구까지 운반하는 비용과 최종 수율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가치를 담보하기 어렵다.
달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도 본격적인 달 자원 활용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1967년 미국·소련이 앞장서 체결한 우주 조약은 우주·천체에 대한 특정 국가의 소유를 금지한다. 현재는 주요국이 토양을 소량 채취하는 등 연구 활동이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달에 유인기지를 세우고 자원을 대량으로 채굴하려는 시도는 국제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영국·독일·일본·한국 등 48개국과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아르테미스 협정’을 체결해 운영 중이지만, 중국·러시아는 이 협정이 사실상 미국의 달 지배를 위한 초석이라고 비난하고 나서 이미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