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권 무너뜨린 반군 수장 알졸라니 ‘주목’

입력 2024-12-10 01:32
시리아 반군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8일(현지시간) 다마스쿠스의 우마이야 모스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탈출해 러시아로 망명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크렘린궁 소식통은 “아사드와 그 가족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며 “러시아는 인도적 이유로 그들의 망명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부친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에 이어 시리아를 철권통치한 아사드가 반군의 수도 함락 직전 피신해 자신의 최대 우군인 러시아에 몸을 맡긴 것이다.

아사드 독재정권이 무너지며 권력 공백 상태에 놓인 시리아에서는 반군 내 최대 세력인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 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42)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인 알졸라니는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2003년 대학을 그만두고 이라크로 건너가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에 합류했다. 2006년에는 폭탄을 설치하다 미군에 체포돼 이라크 감옥에 5년간 수감됐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자 시리아로 돌아가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전선을 창설했다.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로 분류됐던 알졸라니는 2016년 알카에다와 관계를 끊으며 온건파로 돌아섰다. 알누스라전선의 이름도 시리아 해방기구를 뜻하는 HTS로 바꿨다. 알졸라니는 2021년 미국 PBS 프런트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테러리스트 지정은 불공평하며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 반대한다”며 서방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홈스에서 투항한 정부군 병사들을 반군이 끌고 가는 모습. EPA연합뉴스

반군에는 HTS 외에도 여러 계파가 뒤섞여 있는 탓에 시리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HTS는 반군 세력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진짜 시험은 각 진영이 승리의 전리품과 권력을 나누려고 할 때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시리아 문제 해법을 놓고 신구 권력이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사드 정권 붕괴에 미국의 외교력이 작용했다며 동맹국들과 시리아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오랫동안 고통받던 시리아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의 순간”이라며 “미국은 파트너 및 시리아의 이해당사자들과 협력해 그들이 위험을 관리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전날 트루스소셜에서 시리아 내전과 관련해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내버려 둬라. 관여하지 말라”고 밝혔다.

김이현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