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된 특수전사령부 대원들을 현장 지휘한 김현태 707특임단장(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 본회의장에 국회의원 150명이 안 되도록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3일 상부에서 하달된 지시에 대해 “‘국회의원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봉쇄가) 안 되면 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뉘앙스였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명령을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받아 지휘통제실에서 현장에 전한 것이라고 김 단장은 설명했다.
김 단장은 명령에 따라 본청을 봉쇄하기 위해 일단 건물 안으로 진입해 안쪽에서 정문을 차단하는 방법을 시도해봤다고 했다. 707특임단 대원 일부가 창문을 깨고 국회 본청 안으로 진입한 시점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보좌관 등 본청 사수 인원이 소화기를 뿌리는 등 저항하고 취재진이 몰려드는 바람에 정문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707특임단의 국회 봉쇄 작전은 이밖에도 즉흥적으로 이뤄진 대목이 많았다. 김 단장은 헬기 이륙 직전에야 티맵을 켜 착륙 위치를 확인하고 각 병력의 담당 구역을 부여했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 내부 구조를 전혀 알지 못해 작전에 한계가 있었다.
김 단장은 특임단이 계엄군으로 편성될 것으로는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10여분 후인 당일 오후 10시시31분쯤에야 곽 사령관의 출동 지시를 처음 받았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나와 부대원 모두 계엄법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출동 지시를 거부한다는 판단을 내릴 경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대원들이 작전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을 느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시를 안 했더라도 다 그렇게(소극적으로) 했을 것”이라며 부대원들이 ‘우리가 여기에서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자괴감 섞인 말로 대화하는 것도 들었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그러면서 “부대원들은 김 전 장관에 이용당한 피해자”라며 “(부대원들을)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작전을 수행한 방첩사령부 요원들도 당시 지시에 항명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방첩사 한 핵심 간부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3일 계엄 선포 후 “방첩사 요원들은 단 한 명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원거리에서 대기하다 모두 복귀했다. 요원들은 모두 사복차림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도 과천 선관위 건물과 수원 선관위 연수원 두 곳으로 향했으나 건물 내부로 진입하지 않은 채 인근에서 대기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법무장교 8명과 명령 이행에 대한 적법성 검토를 진행했으며 선관위 서버를 복제하는 게 적법한지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비상계엄 작전 수행에 투입된 군 초급 간부와 병사들에게 “그대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초급 간부와 병사 대부분은 내란 수괴 윤석열과 김용현, 일부 지휘관에 의해 철저히 이용당했다”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올렸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에) 투입된 계엄군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죄 없는 국민에게 무력을 행사하지 않으려는 소심한 눈빛이 슬펐다”고 했다.
이택현 박준상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