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2(포스터)를 보고 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격변과 ‘오징어 게임’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오징어 게임’을 보는 것과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결코 동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황동혁 감독은 이렇게 밝혔다.
‘오징어 게임 2’는 넷플릭스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시청 시간을 기록한 작품인 만큼 전 세계 시청자를 겨냥해 크리스마스 연휴 공개를 결정했다. 그는 “이런 시국에 작품을 공개하게 돼 마음이 많이 무겁지만 이것 역시 ‘오징어 게임’의 운명이라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 우리 주변과 이 세상을 돌아보는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비상계엄 발표를 믿을 수 없어 새벽까지 TV로 지켜봤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로 온 국민이 잠도 못 자고 거리로 나가야 하고 불안과 공포, 우울감에 휩싸여 연말을 보내야 한다는 게 국민으로서 불행하고 화가 난다”며 “탄핵이든 자진 하야든 책임지실 분이 책임을 지셨으면 한다”고도 전했다.
‘오징어 게임2’는 게임에서 우승한 뒤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에 대적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처절한 게임을 그렸다. 이번 시즌은 전 시즌에 비해 더 격화된 편 가르기와 분열, 반목과 갈등의 모습을 담았다. 주식, 코인 투자 같은 일확천금에 인생을 거는 젊은 층이 많아진 세태를 반영해 젊은 세대의 참가자를 대폭 확대했다.
황 감독은 시즌제를 택하며 방향성을 잃어버렸던 앞선 넷플릭스 시리즈들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온고지신의 자세를 취했다. 그는 “시즌1에서 시청자들이 좋아했던 인물과 게임 등의 요소들을 조금씩 변형하며 재미를 주려고 했다. 시청자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만드는 데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많은 시청자가 기대하는 새로운 게임들은 그가 어린 시절 하고 놀았던 1970, 80년대의 놀이에서 착안했다고 귀띔했다.
프론트맨을 연기한 이병헌은 “굉장히 한국적인 소재들이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가 있기 때문”이라며 “(시즌1에 비해) 충격은 덜할 수 있지만, 작품이 가진 보편적인 이야기와 드라마가 시즌2를 이끄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넷플릭스의 고위급 임원들이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국내 넷플릭스 작품의 제작발표회에 이들이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리안 리 넷플릭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한국인의 뿌리를 가진 사람으로서 전 세계가 한국 창작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모습을 보며 큰 기쁨을 느낀다”며 “‘오징어 게임 ’에 대한 전 세계의 사랑은 이전까지의 어떤 작품도 보여주지 못한 방식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오징어 게임’의 의미를 짚었다.
넷플릭스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오징어 게임 2’의 공개를 앞두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언론을 공식 초청한 이날 행사는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