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계엄 사태 이후 영업장 매출이 반 토막 났다. 평소 주말 매출이 평일 대비 배 이상 나와야 하지만 지난 주말은 평일보다도 매출이 적었다. 가까운 일본에서 오는 단체여행객의 예약 취소도 이어졌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겨우 살아나려던 관광 수요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한국을 여행하려던 외국인들이 방한 일정이나 숙박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여행·관광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말 기업 워크숍이나 각종 행사를 위한 대관 취소 사례도 나타났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불안 심리가 가중돼 국내 여행 수요마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호텔업계에는 외국인 투숙객들의 취소와 여행 안전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특히 국내 주요 정부기관과 인접한 서울시청, 명동, 여의도, 광화문 등에 위치한 호텔에서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졌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계엄 사태 직후 10~30건가량 예약 취소가 발생했고 여전히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연말은 여행·관광 수요가 몰리는 대목인데 현 사태로 안전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면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가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조기 출국도 발생했다. 외교부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조정 등의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파하고 있지만 각국은 여전히 한국을 ‘여행위험국’으로 지정하는 등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처를 유지하고 있다.
호텔·리조트 내 콘퍼런스·세미나룸 등 대형 공간에서 열리려던 연회가 취소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기업 워크숍과 정부·기관 측에서 행사 취소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주말에는 각종 모임으로 연말이 대목인 호텔 내 식당가에도 타격이 이어졌다. 시민들이 혼란스러운 정국에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대규모 집회·시위로 교통 혼잡을 우려하면서 도심 외출을 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면세업계 역시 여행객 감소로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계엄 선포 이후 치솟은 달러 환율도 판매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그러잖아도 단체여행객 감소로 불황의 늪에 빠진 면세시장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방한 관광객 수가 급감한 것처럼 극심한 소비 침체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올 초 정부가 제시한 ‘방한 관광객 2000만명’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행업계는 향후 이어질 탄핵 정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원화 가치 하락으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여행비 부담이 커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방학 시즌인 내년 1~2월 계획한 여행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이 아직까지 뚜렷하진 않다”면서도 “해외에서 원화 환전이 거부당하는 등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어 여행 수요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