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자체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EXAONE) 3.0’을 선보인 지 4개월 만에 성능을 더욱 끌어올린 ‘엑사원 3.5’을 공개했다. AI 개발 경쟁이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이뤄지는 흐름 속에 자체 모델을 키워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LG AI연구원은 9일 온디바이스(내장형) 기기에 실리는 초경량(2.4B), 범용 목적의 경량(7.8B), 특화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32B) 등 엑사원 3.5 모델 3종을 내놨다. 지난 8월 선보인 엑사원 3.0은 범용 목적의 경량 모델만 공개됐다.
엑사원 3.5의 강점은 긴 문맥 이해도와 처리 능력이다. 이번 모델들은 3만2000개의 단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LG AI연구원은 설명했다. 입력하는 문장의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A4 용지 100페이지 분량의 장문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사원 3.5는 엉뚱한 답변을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환각 현상’을 최소화하고 답변의 정확도·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고도화했다. 이 기술은 실시간 웹 검색 결과나 업로드한 문서를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해준다. 사용자가 입력한 질문을 AI가 단계별로 분해해 논리적으로 추론한 결과를 생성하는 기술(MSR)도 적용했다.
엑사원 3.5는 주요 글로벌 오픈소스 AI 모델과의 성능 평가 비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초경량 모델은 수학, 프로그래밍 등 9개 단일 벤치마크에서 평균 점수 1위를 기록하며 같은 크기의 메타 ‘라마3.1’, 구글 ‘젬마2’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LG는 이날부터 임직원 대상으로 엑사원 기반의 ‘챗엑사원(ChatEXAONE)’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챗엑사원은 실시간 웹 검색, 문서 요약,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코딩 지원 등 기능을 담았다. 심층 분석과 출처 선택 기능을 추가해 14개 직무와 133개 업무별로 맞춤형 답변을 제공한다. LG AI연구원은 내년까지 스스로 행동하는 AI 에이전트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LG가 자체 AI 모델 개발 속도전에 나선 건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근 자체 모델 고도화보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 사용 계약을 맺고 이들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실적으로 빅테크와 경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예로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체 개발한 LLM 믿음을 기업 간 거래(B2B)용 소형언어모델(sLLM)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수정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최근 생성형 AI 모델의 발전이 빨라져 업그레이드 속도전이 중요한 시기”라며 “(엑사원을) 한국을 대표하는 프론티어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