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창간 36주년을 맞아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6~7일) 결과는 국민들이 이번 계엄 사태를 얼마나 엄중히 바라보는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지지율)는 11%로 역대 최저치다. 특히 중도층의 긍정평가는 8%에 그쳤다. 계엄 사태 이전에는 비슷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번에는 46% 대 24%로 거의 2배로 벌어졌다.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도 74%에 달했다. 윤 대통령 지지세가 강했던 부산·울산·경남(69%)과 대구·경북(54%)에서도 과반이 탄핵에 찬성했다.
국민 10명 중 1명 정도만 지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윤 대통령이 국가 지도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탄핵 사태 후 중도층은 물론, 전통적 여권 지지층마저 급속히 등을 돌린 탓이다. 이런 지지율로는 정상적 국정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도 동요할 것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9일 수사당국에 의해 출국금지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도 곤두박질쳤는데, 7일 밤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 후 여당을 향한 더욱 싸늘해진 민심을 감안하면 현 지지율은 이보다 더 낮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 이 정도면 윤 대통령과 여당은 계엄 사태와 관련해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신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윤 대통령 스스로 조기 퇴진을 하든, 여당이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에 동참해 법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정지시키든 대통령 거취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빨리 걷어내야 한다. 이 두 가지도 아니라면 여당이 말하는 ‘질서 있는 퇴진’의 구체적인 로드맵이라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 결단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계엄 사태로 국민 고통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국민의힘이 이날 ‘국정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윤 대통령 퇴진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빨리 결론을 낼지가 관건이다.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 간 이견으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마냥 시간을 끌다 뒤늦게 조치를 내놓는다면 대한민국이 계엄 사태 이전으로 회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시간을 끄는 게 가장 나쁜 선택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