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성구 “…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입력 2024-12-10 03:00
목회자와 신학 교수들이 꼽은 '2024년을 관통한 성경 구절'은 '회복과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 최초의 영어성경 전래지인 충남 서천 마량포구의 등대가 지난 6일 칠흑같은 밤바다를 밝히며 어둠을 몰아내고 있다. 서천=권현구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4년, 올 한 해 동안 교회와 사회에 희망과 위로를 줬던 성경 구절은 뭐였을까.

1988년 창간한 이후 우리 사회에 복음 실은 종합일간지로 자리매김해 온 국민일보는 창간 36주년을 맞아 목회자와 신학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성구’를 통해 그들의 신앙 여정과 고민, 사회와 교회에 전하는 복음적 메시지를 들어봤다. 1년간 묵상했던 자신만의 성경 구절을 소개한 이들은 세계 각지의 전쟁과 남북한 사이의 극심한 갈등, 경제 위기 가운데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임할 희망의 날을 꿈꾸자고 권했다. 또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벌어지는 정치적 격랑 속에서도 회복시켜 주실 주님을 따르고 각자에게 맡겨진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자는 위로와 권면의 메시지도 담았다.

하나의 성구를 복수의 목회자가 소개한 경우가 눈에 띈다.

가장 많은 목회자가 언급한 성구는 로마서 8장 28절이다. 이 말씀은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는 내용으로 이건영(인천제2교회) 김은호(오륜교회) 원로목사와 육순종(성북교회) 목사 등이 제시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는 사도행전 1장 8절 말씀은 임성빈 전 장로회신학대 총장과 안광복 청주 상당교회 목사가 꼽았다. 두 성구 모두 교회의 사명과 갈등 대신 화합을 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목회자들은 십자가 복음과 사역자의 자세를 강조하는 성구를 통해 받은 은혜가 크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자문위원장인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9일 “베드로와 요한이 대답하여 이르되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는 사도행전 4장 19절 말씀을 소개했다. 김 목사는 “십자가 복음에 담긴 진정한 메시지를 선포하며 하나님과 성령, 예수님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설교하는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장종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대표총회장은 고린도전서 15장 58절인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는 말씀을 가슴에 품었다고 했다. 장 대표총회장은 “어떤 상황이나 시험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주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고 전했다.

임성빈 전 장로회신학대 총장과 안광복 청주 상당교회 목사가 소개한 사도행전 1장 8절은 예수님의 지상명령이다. 안 목사는 “모든 경계를 넘어 복음을 확장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통해 나와 성도 모두 맡겨진 사명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목회자들은 위기일수록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영의 말씀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는 마태복음 6장 33절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를 선택했다. 박 목사는 “하나님의 의와 뜻을 일상의 세상 속에 펼치는 일이 바로 진정한 개인 구원이고 세계 구원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오정호 새로남교회 목사도 이 말씀을 꼽았다.

김종혁 예장합동 총회장은 빌립보서 4장 6~7절 말씀인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는 말씀을 언급했다. 김 총회장은 “결국 주님이 모든 성도를 지키신다는 걸 믿으라”고 조언했다.

복음의 정도(正道)를 지키라는 당부도 있었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여호수아 1장 7절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라는 말씀은 우도 좌도 아니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만이 정도라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요한1서 2장 17절 말씀인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는 말씀을 언급했다. 소 목사는 “어려울 때일수록 영원의 가치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훈 연세대 교수는 정직함과 진실함을 강조하는 마태복음 5장 37절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는 말씀을 선정했다.

비상계엄과 해제 등 일련의 사태로 요동치는 정국 속에서 오직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며 위로만 구하자는 조언도 있었다.

김종원 경산중앙교회 목사는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는 역대하 7장 14절 말씀을 소개했다. 임희국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는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히브리서 13장 8절)는 짧은 말씀을 통해 하나님만 의지하자고 권했다.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는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는 요한복음 1장 4절 말씀을 소개하며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시대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 생명이 있음을 기억하자”고 했다.

하나님의 희망에 의지하자는 조언도 있었다.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는 “요셉이 바로에게 아뢰되 바로의 꿈은 하나라 하나님이 그가 하실 일을 바로에게 보이심이니이다”라는 창세기 41장 25절 말씀을 통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종교국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