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가 ‘반(反)국가적 내란행위’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을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로 여긴 국민은 10%에 불과했다. 검찰과 경찰 등이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에 나선 상황에서 국민 대다수도 이번 계엄 조치를 위헌·위법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나이·성별·지역·정치성향·지지정당을 막론하고 계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민일보가 9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6~7일 전국 성인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구체적으로 나온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권한 제한을 시도한 반국가적 내란행위’라는 견해에 대해 응답자의 63%가 ‘매우 공감한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71%에 이른다. 반면 이 주장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내란행위에 대한 평가는 다만 지지 정당별로 입장이 극명히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90%는 내란으로 봤지만 국민의힘 지지자의 63%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40·50대 중장년층(각 80%, 86%)은 내란이라는 견해가 강했지만 70세 이상은 46%가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87%나 됐다. 계엄 선포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10%였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한 자릿수 비율에 그쳤다. 60대 중에서는 17%가, 70세 이상 응답자 중에서는 20%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역별로는 여권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그나마 비상계엄 선포를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지만, 그 비율도 16%에 그쳤다.
보수층이나 여당 지지자들 대부분도 계엄 선포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중 74%가 계엄 선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계엄 선포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로, 지지한다는 응답(35%)보다 월등히 높았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응답자 중에서도 51%는 계엄 선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사를 수행한 한국갤럽 관계자는 “수치상으로 보면 확실히 계엄을 지지하는 국민은 거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지난 6~7일 진행됐다. 무선전화 인터뷰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여론조사 대상자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하는 방법으로 선정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응답률은 15.4%였다.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가중이 적용됐다. 이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