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를 상징하는 중요한 절기들이 있다.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대강절(대림절)’은 성탄절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기다림 자체가 얼마나 큰 기쁨과 축복이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부활절은 십자가의 아픔을 묵상하며 자기를 깨뜨리고 부인하는 사순절 뒤에 온다. 사순절을 지나야 부활절이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기다림을 통해 만족을 얻고, 깨어짐을 통해 유익을 경험한다. 옥한흠 목사님은 지금의 교회를 향해 아픈 이야기를 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기독교 신앙을 천박하게 만든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피하고 싶은 ‘기다림’ 그리고 ‘깨어짐’은 기독교 신앙에 가장 필요한 것들이다. 기다림의 또 다른 언어는 ‘갈망’이다. 시편 기자는 69편 3절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내가 부르짖음으로 피곤하여 나의 목이 마르며 나의 하나님을 바라서(기다려서) 나의 눈이 쇠하였나이다.” 갈망은 영어 성경에 ‘looking for 혹은 longing for’라고 돼 있는데 이 말이 참 좋다. 기다림의 시간에 우리는 하나님을 갈망한다. 바랄 대상과 기다림의 이유가 있을 때 그것을 우리는 ‘소망’이라 부른다. 오늘날 우리 신앙이 고귀함을 잃어버린 이유는 ‘깨어짐’을 거부하고 ‘기다림’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활의 소망도 점점 희미해진다.
11월 말 어느 조간신문에서 인상적인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기자는 최근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흑백 요리사’로 일약 국민 스타가 된 파인 레스토랑 ‘모수’의 안성재 셰프에게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이라고 물었다. 안 셰프는 “인내심이죠, 성실한 사람만이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내심이 있어야 ‘대충 하자’는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기자가 또 물었다. “완벽한 음식이란 어떤 건가요.” 안 셰프는 이렇게 답했다. “마음이 담겨야죠. 허름하고 값싼 백반이라도 사랑과 정성을 담았다면 궁극의 음식이에요. 엄마, 할머니의 음식과 손맛을 셰프들이 자주 언급하는 이유예요. 모수도 그런 마음으로 하자고 강조해요.” 궁극의 음식이 마음에 있듯, 기독교의 본질은 하나님의 마음에 있다. 본질에 충실하려는 사람들에게 ‘인내심’은 필수다. 안성재 셰프가 참 멋진 말을 했다. “완성도가 없는 테크닉은 테크닉이 아니에요.”
이 말은 이렇게 들린다. “하나님의 마음을 모르고 기독교의 본질을 외면한 교회의 어떤 시도나 성공도 거짓되다.” 하나님이 만드시는 성공은 ‘깨어짐’에서 시작된다. 론 솔로몬의 ‘브로큰니스’(국민일보)라는 책에 보면, 성공을 위해 깨어짐을 먼저 보내시는 하나님을 이야기한다. 모세의 삶을 통해 ‘깨어짐의 축복’을 보여준다. 처음 40년을 자신의 지혜와 능력 그리고 판단으로 살았던 모세의 인생을 깨뜨리시기 위해 하나님은 그를 광야로 몰아내셨다. 40년의 실패, 그리고 40년의 깨어짐이 나머지 40년을 쓰임 받는 인생으로 만들었다.
마크 브로갑이 쓴 ‘기다림은 낭비가 아니다’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영적 깨어짐의 목표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관통하는 성령님의 흐름에 대한 저항을 줄이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사용하시기 위해 왜 우리를 깨뜨리셔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기 신뢰, 자기 의지, 자기 지혜, 자기 뜻은 우리의 삶 속에서 나타나는 성령의 역사에 대한 우리의 저항을 증가시키는 것들이다. 결론은 이것이다. 영적인 깨어짐이 없는 영적 유용함은 영적으로 불가능하다. 내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 모를 때 하나님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진리에 따라 생활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님을 기다린다’는 것의 정의이다.”
대림절을 지나며 기다림의 시간에 여호와를 갈망하고, 자발적 깨어짐을 통해 우리 모두 영적 유익을 경험하면 좋겠다.
(만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