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365-12월 10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입력 2024-12-10 03:03

찬송 : ‘기쁘다 구주 오셨네’ 115장(통115)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마가복음 1장 1절


말씀 : 마가복음에는 다른 복음서와 달리 성탄 기사가 없습니다. 마가는 배경 설명 없이 ‘복음’이라는 화두로 곧장 직진합니다. 그 복음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것입니다. 기독교에서 가장 익숙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복음입니다. 하지만 그 단어의 본질적 의미를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마가는 이 단어를 통해 우리에게 복음의 본질을 묵상하라고 요청합니다.

복음에 해당하는 헬라어 단어 유앙겔리온(euangelion)은 문자적으로 ‘좋은 소식’을 뜻합니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라는 말 자체는 아무런 내용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소식이 왜 좋은지 정의가 필요합니다. 당시 로마제국에서는 유앙겔리온이 황제의 신격화와 관련해 사용됐습니다. 특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을 ‘신의 아들’이라 칭하며 자신의 통치가 로마제국에 번영과 평화를 가져온 좋은 소식으로 포장했습니다.

소아시아 프리에네에서 발견된 비문은 이런 맥락을 잘 보여줍니다. 비문에는 “신(황제)의 탄생은 세상에 기쁜 소식의 시작이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표현은 마가복음 1장 1절의 문장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그러나 마가는 이와 같은 황제 숭배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야말로 참된 좋은 소식이라는 것입니다.

이 선언은 당시 로마 시민들에게 대단히 도발적으로 들렸을 것입니다. 로마의 황제 숭배는 단순한 정치적 의례가 아니라 제국의 통치 기반을 이루는 사상적 축이었습니다. 하지만 마가는 하나님의 복음이 황제의 거짓 평화와 본질에서 다르다고 선언합니다. 로마의 태평성대(Pax Romana)는 억압과 폭력으로 유지됐지만 예수님의 복음은 죄와 죽음을 이기고 온 인류를 회복하는 참된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더 나아가 복음은 단순히 좋은 소식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에 변화와 결단을 요구합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세상의 왕이나 권력, 그리고 이 시대의 우상인 돈과 성공에 대한 충성을 멈추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주님으로 섬기는 ‘충성 대결’입니다. 바울과 사도들이 “주 예수를 믿으라”(행 16:31)고 선포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로마제국 당시 황제 외에 다른 존재를 주(kyrios)라 부르는 것은 불경죄에 해당했습니다. 그러나 초기 교회 성도들은 오직 예수님만을 주님으로 고백하며 많은 고난과 순교를 감내했습니다. 그들의 믿음은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삶의 주권을 예수님께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같은 믿음으로 복음의 본질을 묵상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의 복음은 여전히 세상의 거짓된 권력과 충돌하며 우리에게 변함없는 충성을 요구합니다. 이번 성탄절, 복음의 진정한 의미를 묵상하고 예수님을 우리의 주님으로 고백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 : 세상에 오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우리의 삶의 주님으로 모시며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정민영 은퇴 선교사(전 국제위클리프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