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친위 쿠데타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입력 2024-12-10 00:35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소추 추진과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거론하며 야당을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척결하기 위한 비상계엄을 선포,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계엄군을 투입했다. 지난 4일 국회의 계엄해제요구에 따라 해제했으나, 대통령의 행위는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의 하자가 존재하는 것이었다.

첫째,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한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헌법 77조 1항) 윤 대통령은 이와 전혀 무관한 상황에서 계엄을 선포했다.

둘째,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헌법 77조 4항) 윤 대통령은 이를 통고하지 않았다. 셋째,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도 대통령은 국회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헌법 77조 3항) 윤 대통령은 오히려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넷째,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에 군사상 필요 또는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헌법 77조 3항) 윤 대통령은 비례의 원칙에 반해 정당 활동,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했고 의료인 복귀와 미복귀 의료인 처단을 선포했다.

요컨대 윤 대통령은 야당을 탄압하고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함으로써 친위 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다. 따라서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자신의 직무상 권한인 계엄선포권을 남용한 윤 대통령의 행위는 명백히 직권남용죄(형법 123조)에 해당한다.

나아가 윤 대통령의 행위는 내란죄(형법 87조)에도 해당한다. 여기에서 그의 행위는 비록 국회를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할 목적으로 행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할 목적으로 행한 것이므로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에 해당한다(대법원 판례 96도3376).

복수정당제와 정당(특히 야당)의 자유, 의회 제도, 권력분립 등의 보장은 민주적 의사 형성의 전제조건으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요소다. 따라서 대통령이 계엄선포권을 악용해 병력으로써 여소야대 국회를 타격하는 것은 헌법준수 의무에 반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행위와 계속적 직무집행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수 있는 때는 후자의 법익이 우선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투표 불참으로 인해 투표 불성립돼 자동 폐기된 것은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였다. 그것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국회의원이 자신의 국민대표성을 포기하는 당리당략적 행동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해당하는 내란죄를 범한 대통령에게는 불소추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헌법 8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핵심으로 하는 헌법은 내란죄를 범한 대통령의 계속적 직무수행을 보호하지 않는다. 따라서 헌정질서 파괴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내란죄를 범한 대통령에 대하여는 재직 중에도 체포, 구속, 압수수색 및 형사상 소추가 모두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이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는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대통령의 직무수행은 헌법 71조에 따라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김주환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