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5] “1인 인플루언서들 말씀으로 중심 지키길… 조회 수 일희일비 안돼”

입력 2024-12-10 03:03
기독교 SNS 사역자들의 모임인 ‘타임 키퍼스’ 회원들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모임 공간에서 교제를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타임 키퍼스 제공

온라인이 일상화된 이후 다양한 미디어 채널은 청년 세대의 신앙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신앙생활이 익숙해지면서 그 영향력은 더 커졌다. SNS 사역자들은 이 흐름을 크게 3세대로 나눈다. 1세대는 네이버 카페,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개인적으로 신앙 콘텐츠를 제공했던 이들, 2세대는 ‘교회친구 다모여’ ‘예스 히 이즈(Yes he is)’처럼 공동체를 꾸려 다양한 기독교 콘텐츠를 올려 폭발적 성장을 보여 준 단체, 그리고 1인 인플루언서가 3세대이다. 1인 인플루언서는 적극적으로 개인의 크리스천 라이프 스타일을 선보이며 공감을 얻고 있다.

크리스천 청년들의 신앙생활을 응원해 온 갓플렉스(God Flex)는 기독교 인스타그램 계정으로서 활발하게 청년들과 소통해 온 ‘교회 친구 다모여’ ‘러브 그로우 레터’ ‘예스 히 이즈’의 대표와 함께 이 시대의 미디어 선교에 대한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3일자에 이어 이들과의 대화를 전한다. 대화에서는 수려한 만듦새에 매몰되기보다는 도구로서의 쓰임새에 집중하는 SNS 사역자로서의 소명의식이 오롯이 느껴졌다.

<참석자>

박요한 예스 히 이즈 대표
황예찬 교회친구 다모여 대표
추진주 러브 그로우 레터 편집장
진행 : 최기영 기자

포기하고픈 순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추진주=‘교회친구 다모여’나 ‘예스 히 이즈’에 비해 운영해 온 기간이 현저하게 짧기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으면 안 될 타이밍인 것 같긴 하다.(웃음) 하지만 두 곳과 달리 러브 그로우 레터는 기획, 디자인, 편집, 업로드 등 모든 것을 회사 생활하며 혼자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간과 체력 문제에 직면한다. ‘팀을 꾸려 확장해보고 싶다’ ‘그만 내려놓고 싶다’ 두 가지 생각이 모두 든다.

황예찬=딱 일주일 전에 교회친구 다모여의 총괄PD 직함에서 대표가 됐다. 급여를 책임져야 할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또 향후 계획서에 들어갈 재정이 숫자의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자리다. 능력이 있으면 다 세상 콘텐츠 하는 곳으로 쏠린다. 그만큼 실력을 갖추고 기독교 콘텐츠 해보겠다고 모이는 사람들이 엄청 귀하다. 찬양이나 말씀 콘텐츠를 올렸을 때의 댓글이나 다이렉트 메시지(DM), 메시지 콘서트를 열었을 때의 현장 반응 중엔 죽음과 관련된 애절한 간증이 적지 않다. 잘 기획된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기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던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다는 기쁨이 하나님께서 이 사역을 하게 하신 부르심이란 생각이 든다.

박요한=동감이다. 미디어 사역을 하다 보면 팔로워들이 열광하듯 반응하고, 댓글이나 공유 수가 늘어나는 것들을 지표로 ‘이게 하나님의 뜻이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망가지는 사례를 다수 경험한다. 스스로 ‘뭔가 잘 됨이 곧 하나님이 기뻐해 주시는 증거다’라고 삼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이다. 영혼을 구원하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하셨으니, 그 일이 나에게 주어졌으니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는 마음으로 각오를 다진다.

계정 운영자들간의 연대

=‘내가 쓰는 글이나 콘텐츠들이 혹시 이단적으로 느껴지면 어떡하지?’ 신학자가 아닌 평신도로서 기독교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이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고민이다. SNS 사역자들이 공동체로서 말씀 안에서 같이 연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타임 키퍼스(지난 5월 시작된 기독교 SNS 사역자들의 모임)’를 통해 그 필요가 채워지는 것 같아 감사하다.

=난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인데 러브 그로우 레터라는 계정을 운영하게 되고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혜로 많은 팔로워를 만나게 됐을 때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것 같다. 모두 견실한 기업이고 팀이면 좋겠지만 3세대 SNS 사역자들 대부분은 개인이고, 자기 본업이 있거나 학생으로서 사역에 임한다. 부가적으로 수입을 원하는 사람들이기보다는 그냥 크리스천으로서의 삶을 공유하는 게 정말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즐겁게 오래 운영하고 싶은데 타임 키퍼스 안에는 이에 대해 조언해 줄 수 있는 분들이 많다. 이차적으로는 이 모임 가운데 SNS 사역자들이 꼭 가슴에 새겨야 할 직언과 메시지를 얻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이 사역이 권력이 되거나 세력이 되면 안 된다는 사실, 미디어 사역자들이 말씀으로 중심을 잘 지켜야 함을 되새긴다.


온라인 신앙의 시대, 플로팅 크리스천

=개인주의적 신앙생활이 확산하고 공동체가 점점 흐려지는 시대다. 반대급부로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인간적인 따뜻함에 목말라 있는 모습도 나타난다. 교회 안의 소그룹이 그 따뜻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 사역 측면에선 3세대 인플루언서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교회친구 다모여나 예스 히 이즈 같은 2세대 사역팀이 더욱 정제된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이들은 크리스천으로서의 일상과 대화 등 생생한 ‘날 것’의 콘텐츠를 통해 좋은 교회 선배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역사는 돌고 돈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SNS도 언젠가는 구닥다리가 된다. 메타버스와 인공지능 로봇 등의 활용도가 더 높아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방법론에 불과하다. 기독교와 예배, 성경의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미디어 사역자로서는 이질감 느껴지는 생각일 수 있지만 ‘신앙생활은 SNS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교회친구 다모여, 예스 히 이즈, 러브 그로우 레터의 존재 목적은 크리스천들의 신앙생활을 도와주기 위해서지 SNS에 더 의존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출발선에 선 기독교 인플루언서에게

=저스트 두 잇(Just do it). 그만큼 실행력이 중요하다. 나 또한 기독교 인스타그램 계정들 보면서 재밌어하다가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오늘에 이른 거다. 일단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이 들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 실패한다면 그걸 복기해가면서 왜 실패했는지 수정하고 보완하면 된다. 그 과정이 쌓이면 분명 더 잘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지난 7년여간 미디어 사역을 해오면서 재능 있고 가능성 있는 사역자들이 빨리 유명해졌다가 실수를 범하고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충분한 간증과 고난이 쌓여있지 않으면 그만큼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꼭 피해야 할 것이 있다면

=게으름이다. 처음 콘텐츠를 올리면 당연히 반응이 없다. ‘좋아요’도 없고 ‘팔로우’도 안 늘어나고 조회 수도 안 나온다. 흥미가 떨어지고 ‘피곤한데 그냥 하지 말까’란 생각이 든다. 이를 떨쳐내고 성실하게 콘텐츠를 올려야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수다. 그래야 나아갈 방향도 감지할 수 있다.

=기독교 콘텐츠 제작자가 기독교 안에만 자신의 시각과 생각을 두면 고립되고 갇혀버리고 만다.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25~34세 청년세대는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회초년생부터 이제 막 궤도에 오른 자영업자들이다. 과연 이 콘텐츠가 중대형교회에서 열심히 신앙 생활하는 리더들 말고, 직장 다니면서 상가교회에 출석하는 청년 성도에게 설득력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회 수 댓글 수에 연연하지 말고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은 계속해봐야 한다. 그래야 정말 되는 콘텐츠인지 안 되는 콘텐츠인지 가늠할 수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