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처럼 얼어붙는 경제… 반도체법·밸류업 등 스톱

입력 2024-12-09 01:16
게티이미지뱅크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여러 경제 현안의 처리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경방)은 8년 전처럼 ‘임시방편’ 수준에 그치고, 예산안은 초유의 준예산 편성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특별법, 금융투자소득세 등 국회 협의가 필요한 사안도 제동이 불가피해졌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평년대로 내년도 경방을 준비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매년 해온 것처럼 (경방을) 준비해 발표할 계획인데, 시기가 연말인지 연초인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6년 말 탄핵 정국에서의 2017년도 경방처럼 리스크 관리에 급급한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도 극심한 내수 침체, 미국 트럼프 1기 집권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이었다.

2017년도 경방은 기존 정책을 재포장한 ‘임시변통’이란 비판을 받았다. ‘시한부 정부’가 장기적 정책 발굴보다 당장의 경기 부양에 집중한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20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정책은 반년 전 2016년 하반기 경방에 담긴 경기부양책의 재탕이었다.


세부 정책도 상당수가 도돌이표 수준이었다. 노후 경유차 교체 인센티브 정책은 2016년 하반기 경방을 재활용했다. 개별소비세 감면 한도를 소폭 상향하고, 승합차·화물차 취득세의 구체적인 감면율을 설정한 정도가 새 내용이었다. 조선·해운 업종에 대한 산업별 구조조정 정책도 2015년 경방에 담긴 경쟁력 강화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고강도 자구 대책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더욱 안갯속으로 빠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4조1000억원을 줄인 감액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해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었다. 본격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기도 전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예산안이 12월 31일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준예산은 전년도 예산안에 준해 편성되는 예산으로 공무원 인건비, 국민연금, 생계급여 등 기본적인 예산 집행만 가능하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경제 정책도 동력을 상실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반도체 특별법과 자산시장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인센티브 정책, 금투세 폐지 등은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후반기 국정 의제로 새롭게 내건 양극화 해소도 입법적 뒷받침이 어려워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성명문’을 내고 “내년도 예산안이 정상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국회가 신속히 확정해주시길 요청드린다”며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반도체특별법 논의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