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없이는 (내년도) 예산안 협의도 없다”며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기존 4조1000억원보다 7000억원 늘어난 4조8000억원 규모를 깎겠다는 것이다. 국회 권한인 예산안 심사를 앞세워 여당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동참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예결위원들은 8일 “민주당은 반헌법적 정부가 아닌, 정상적인 정부와 예산안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민의힘이 탄핵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정한 10일에 반드시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결위에서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뒤 예산안 처리 기한인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요구했다. 우 의장은 오는 10일까지 여야 합의안 마련을 요구하며 예산안 상정을 보류했는데, 바로 이튿날인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협상도 멈춰선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 예산안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최 부총리는 ‘대외 신인도를 지키기 위해 예산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하는데, 신인도를 떨어뜨린 것은 예산안이 아닌 비상계엄”이라고 지적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당정이) 비상계엄 이후에도 한 번도 먼저 전화하거나 소통하지 않고 있다”며 “그래 놓고 야당이 발목잡기한다는 투로 입장 발표를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감액안 규모를 기존 4조1000억원보다 7000억원 더 늘리기로 했다. 대통령실 여론조사 사업비, 대통령 퇴임 뒤 전직 대통령 경호 관련 예산, 통일부 글로벌 통일 체험 예산 등이 포함됐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사실상 탄핵 상태고 여권에서 직무정지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 사업비 등을 추가 삭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런 상황에서 퇴임 후 관저에 대해 막대한 예산을 배정한다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