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관가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고 있다. 경제 부처 중 맏형 격인 기획재정부 직원들은 이미 눈치 싸움이 한창이다. 통상적인 업무는 수행하지만 시시각각 급변하는 뉴스를 따라가는 일에 더 관심을 보인다. ‘식물 정부’ 상태에 돌입했던 2016년 탄핵 당시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 복수의 기재부 관계자들은 “당연히 평소처럼 업무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일 “평소처럼 업무에 집중할 것”을 당부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업무 의욕이 샘솟지는 않는다는 전언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 1시간 뒤 상황도 불투명해 지켜만 봐야 하는 현실에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이나 예산안, 세법 등 국가적인 굵직한 업무도 일시 정지 상태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이맘때면 경제정책방향 준비로 다른 부처와 소통하느라 바쁠 때인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몇몇 공무원들은 할 일을 찾지 못해 책을 들고 출근하기도 한다.
다른 경제 부처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한 경제 부처는 ‘외부인과 접촉 시 조심하자’는 말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현장과의 소통 차단이 우려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해당 부처 관계자는 “이 시국에 사람들과 접촉이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일정이 정해지는 행사와 관련해 업무를 진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부처도 있다. 해당 부처 관계자는 “어떻게 될지 몰라서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관가에서는 정치가 경제를 뒤흔드는 현 상황에 대해 막막하다는 호소가 나온다. 계엄과 탄핵 모두 관료의 실기가 아닌 정치가 원인인 탓이다. 또 다른 경제 부처 공무원은 “2017년 상반기처럼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