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朴 탄핵 정국때 내수 경기 위축… ‘트럼프 2기 대비’ 외교 공백 우려까지

입력 2024-12-09 01:17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 혼란과 경제 리더십 공백으로 과거 탄핵 정국에서 나타났던 소비 침체가 재현돼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경제 외교도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는 지적이다.

8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수면 위로 부상한 2016년 하반기 소비 지표는 침체 국면으로 돌아섰다.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불변)지수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본격화한 2016년 4분기 2.2% 증가에 그쳤다. 그해 1분기(4.7%) 2분기(5.5%) 3분기(3.2%)를 크게 밑돌았다. 같은 해 소비자심리지수도 10월 102.7에서 11월(96), 12월(94)로 연이어 하락했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 심리가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국내총생산(GDP) 민간소비 증가율도 2016년 4분기 1.5%로, 전 분기(3.4%) 대비 1.8% 포인트 급락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2004년 1분기에도 GDP 민간소비 증가율은 -0.5%를 기록했다. 같은 해 5월 탄핵 심판이 기각되고 정국 혼란이 가라앉은 4분기 들어서야 1%대를 겨우 회복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그해 1분기 95, 2분기 89로 움츠러들었다.

탄핵 정국이 초래한 부정적 여파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 집중될 것이란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2016년 12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이듬해 1월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정치 불확실성 확대는 민간 소비와 연관성이 깊은 음식·숙박, 도소매 등 서비스업과 여기에 종사하는 임시 일용직과 자영업자 등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이들의) 회복 속도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사전 경제·통상 논의도 실기(失期) 위기에 놓였다. 2016년 12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1월 트럼프 1기 출범 전 경제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던 전철을 다시 밟게 된 것이다. 트럼프 2기를 별다른 조율 없이 맞닥뜨릴 경우 내년 1%대 성장 전망에 더욱 먹구름이 낄 수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