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모아 땅속 묻거나 재활용한다… 주목받는 CCUS

입력 2024-12-09 02:01
게티이미지뱅크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를 잡아내 땅속에 묻거나 부가가치가 높은 자원으로 바꿔 온실가스 감축에 활용하는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이 탈(脫)탄소화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저장소 확보와 경제성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CCUS로 온실가스 1120만t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종전 목표치인 1030만t보다 상향 조정된 것으로, 전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탄소중립 기여도)의 3.8%에 해당한다. 정부는 2050년까지 CCUS의 탄소중립 기여도를 12.3%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CCUS에 주목하는 이유는 제조업 비중이 20%로 높은 한국의 산업구조에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업종이 대부분인 국내 여건에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해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탄소 배출량이 석탄발전의 절반 수준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서 CCUS로 추가적인 탄소 배출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CCUS가 탄소 배출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탄소포집 기술(대기 중 탄소를 분리하는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의 ‘코솔(KoSol)’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키어솔(KIERSOL)’ 등 자체 개발한 기술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이호섭 한국CCUS추진단 단장은 “현재 국내 CCUS 기술은 기술 선도국 대비 70~80%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다. 포집한 탄소를 저장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규모 CCUS 상용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에너지 업계 전문가는 “부지 확보와 안정성 평가 등 저장소 확보는 최대 8년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 동해가스전을 저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가스전은 이미 평가 작업이 완료돼 저장소로 전환이 비교적 쉽다. 소요 기간을 최대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다.

비용 문제도 주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CCUS 투자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포집한 탄소를 저장소까지 운송하고 저장하는 데 t당 30~150달러가 드는 반면 국내 탄소배출권(ETS)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 가격은 t당 10달러 수준이다. 이 단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큰돈을 들여 CCUS에 투자하기보다는 배출권을 사들여 탄소를 배출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지원 등 정책으로 기업의 CCUS 확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단장은 “유럽에서는 비용과 편익의 차액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탄소차액계약제도가 도입됐다”며 “우리 정부도 세제 혜택, 기금 활용,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CCUS법(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정을 계기로 민관이 협력해 CCUS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CCUS법은 국가가 기업에 CCUS 관련 인프라 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법으로, 내년 2월 7일부터 시행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CCUS법의 틀 안에 참여하는 기업에 충분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