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에 입성하고 내전 승리를 선언했다. 내전 개시 13년 만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아사드 일가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린 것이다.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반군이 8일(현지시간) 다마스쿠스 해방을 선언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정부군의 저항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은 국영 TV를 통해 아사드 대통령의 24년 통치를 무너뜨렸고, 그동안 부당하게 구금됐던 사람들이 모두 풀려났다고 발표했다. 무함마드 알잘리 총리는 아사드를 ‘폭군’이라 부르며 그가 시리아를 떠났다고 밝혔다. 아사드의 구체적인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반군이 입성한 다마스쿠스는 축제 분위기다. 시민 수천명이 광장으로 나와 “자유”를 외쳤다. 일부 시민은 아사드 사진을 불태우고 아사드의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동상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했다. 시민 가잘 알 샤리프는 “아사드와 그 가족 전체를 저주한다”며 “억압받는 사람들의 기도에 신이 응답했다”며 말했다.
아사드 부자는 53년간 철권통치를 이어 왔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아사드 정권의 독재에 대한 반정부 시위에서 촉발됐다. 내전은 미국,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헤즈볼라, 쿠르드족 민병대,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까지 가세한 국제전으로 번졌고 50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특히 아사드는 화학무기까지 써가며 민간인을 학살했다. 교착 상태가 이어지던 전황이 갑자기 바뀐 것은 지난달 27일 시작된 반군의 대대적인 반격이었다. 알레포와 하마, 홈스 등 주요 도시가 순식간에 반군에게 넘어갔다.
군사 분석가 엘리아스 한나는 “정부군이 이렇게 취약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부군의 싸울 의지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아사드 정권은 든든한 뒷배였던 러시아와 이란이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에 몰두하느라 지원 여력이 소진되면서 급작스럽게 몰락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알잘리 총리는 “국민이 선택하는 어떤 지도부와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원활한 정권 이양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HTS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와 접촉해 과도기 상황 관리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HTS는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 계열인 알누스라 전선을 전신으로 한다. 2016년 알카에다와의 연계를 끊고 이름도 HTS로 바꾼 지도자 알졸라니는 이슬람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이념 노선과 아사드 정권으로부터의 해방을 내세우며 세를 키웠다.
숀 샤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리아에서의 비상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현지 협력국들과 지속해서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