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윤석열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군통수권을 둘러싼 불확실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의 도발 등 유사시 군의 대응체계에 구멍이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총리와 한 대표는 8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국방 분야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 총리가 “굳건한 안보태세를 확립하고 대외 신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말한 수준이 전부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군통수권은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군통수권이 넘어가지만 탄핵안이 부결되면서 군통수권 역시 그대로 윤 대통령에게 남게 됐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총리와 여당 대표가 권한 이양을 얘기했지만 법적으로는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군통수권도 대통령에게 그대로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유사시 긴박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돌발적인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거센 비난 여론이 일면서 군통수권자로서의 신뢰도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군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어수선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비상계엄 작전 수행에 투입됐던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 고위직들은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과 요원을 파견한 방첩사령부 정성우 1처장과 김대우 수사단장은 이날 직무가 정지됐다.
중심을 잡아야 할 국방부도 김선호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신임 국방장관 후보자로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지명된 상태지만 아직 인사청문회 준비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당분간 별다른 도발 없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등 주요 일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내년 1월 ‘트럼프 2기’ 출범을 전후해 각종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해 군의 명확한 지휘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야권에서도 윤 대통령이 군통수권을 계속 가지고 있도록 두는 게 옳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예측불허 후속 사태를 막기 위해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군통수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전날 전군 주요 지휘관과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주요 직위자들을 대상으로 화상회의를 주재했다. 김 대행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굳건한 대비태세 유지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총리도 이날 국무위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안보 등 분야별 방안을 논의하고 “국정에 한 치의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