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표결이 불성립된 뒤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튿날인 8일 공동 담화문에서 ‘윤 대통령 일임’에 따라 당과 정부가 국정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런 식의 권한 이양은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우선 내란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본인 의중대로 국정을 일임한다는 것부터 논란이 될 수 있다. 또 법적 권한이 없는 주체한테 이양한다는 것도 위법 시비를 부른다. 또 윤 대통령이 가진 외교권까지 가져오겠다고 했는데 아직 법적으로는 멀쩡히 대통령이 있는 상황이어서 헌법 66조 1항 ‘대통령은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는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긴급회견에서 “대통령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행사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반대한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한 대표는 “당대표가 국정을 권한으로 행사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며 총리가 국정 운영을 직접 챙기고 당과 협의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퇴진에 대해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 질서 있는 것이고 언제까지가 조기인지 불분명하다. 대통령 퇴진 방식과 시기 같은 중요한 문제를 여당이 미리 그렇게 정하는 것이 합당한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지금 야당은 소속 의원 대다수가 위헌적인 계엄령을 해제하는 표결에 불참한 정당이 퇴진 문제를 주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퇴진 문제와 수습 주체에 대한 법적 논란이 빨리 일단락되지 않으면 정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나라가 더 큰 혼란에 빠져들 우려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조기 퇴진이든 직무정지든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든,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을 통해 직무를 합법적으로 정지시키든 더는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이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인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주말 사이 전 세계 외신들은 탄핵안 부결 뒤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계속 고조되고 또 장기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 포브스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입증됐다며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는 5100만 한국민이 앞으로 분할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조속히 안정시키지 않는다면 한국의 이미지는 계속 실추되고 경제적 타격도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도, 여야 정치권도 빠른 결단으로 이 혼란에 속히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