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미장’… 美 빅테크, 퇴직연금 수익률 상위권 싹쓸이

입력 2024-12-10 00:45
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빅테크’ 관련 금융 상품이 올해 퇴직연금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 가운데 수익률 상위권을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미국 주도의 빅테크 부문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장기 투자 계좌인 퇴직연금 계좌의 포트폴리오에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빅테크 관련 상품이 상위권 차지

8일 국민일보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의뢰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의 올해 수익률을 확인한 결과 미국 빅테크 관련 상품 다수가 상위권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중 1위는 ‘TIGER 글로벌AI액티브’로 연초 이후 지난 4일 기준 64.26%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기업으로 종목이 구성돼 있고 액티브 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어 2위는 ‘TIGER 미국테크 TOP10 INDXX’, 3위는 ‘TIGER 글로벌혁신블루칩 TOP10’이 각각 차지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58.06, 54.97%다. 이 두 상품 모두 미국 반도체 종목을 비중 있게 담았다. TIGER 글로벌혁신블루칩 TOP10은 글로벌 거래소 상장 기업 중 지수위원회가 선정한 혁신테마 AI&빅데이터, 반도체, 차세대 이동수단, 배터리 및 재생에너지, 헬스케어 및 바이오테크 관련 10개 종목으로 꾸려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수익률 TOP 10 ETF에도 미국 빅테크 관련 상품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1위는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로 연초 이후 수익률이 76.45%에 달했다. 이 상품의 구성 종목 중에서는 인텔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어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테슬라, 애플 등이 담겼다. 2~4위도 각각 ‘ACE 미국빅테크TOP7 Plus’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강세가 반영됐다.

국내 금융 ETF도 고수익 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강세 속에서 국내 금융주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미래에셋의 상위 10개 ETF 중 4위와 8위, 10위에 국내 금융 기업 관련 상품이 이름을 올렸다.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 TOP10’의 수익률은 51.98%, ‘TIGER 200 금융’은 42.52%, ‘TIGER 은행’은 41.77%였다. 홍준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솔루션본부장은 “국내 은행과 금융 부분 ETF의 성과는 한국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6위와 9위엔 중국 관련 ETF가 자리했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중국 증시가 반등한 영향이다.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확인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상품 중 수익률 상위 8위에 ‘ACE KRX금현물’이 올랐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38.33%다. 중동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내년 전략은 빅테크+월 배당형”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미국 중심의 빅테크 부문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퇴직연금 계좌는 장기 투자 계좌이기 때문에 처음 투자를 시작하는 고객들도 대형 기술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 담당은 “AI라는 거대 트렌드의 수혜를 받는 산업과 종목이 올해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며 “이제 막 투자에 입문하려는 고객들의 경우 미국/대형주/기술주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민규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주식운용담당도 “지난해부터 계속된 생성형 AI 관련 기업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4분기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수혜주로 분류되는 금융과 우주 기업 등의 상승도 두드러졌고,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도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홍 본부장은 연금 자산의 투자 전략을 설계할 때 ‘코어+위성 전략’을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기본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코어 자산)를 안정적으로 설정한 뒤 투자 성향과 기간에 따라 추가적인 자산(위성 자산)을 더하는 방식으로 계좌를 구성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추가 수익을 노려볼 수 있는 위성 자산으론 테마형이나 채권형, 월 배당형 상품을 꼽았다. 실제로 올해 퇴직연금에서 운용 가능한 공모펀드 중 배당형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미래에셋의 ‘미래에셋미국배당커버드콜액티브증권자투자신탁’은 연초 대비 36.55% 오르며 공모펀드 가운데 수익률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펀드’는 연초 대비 24.02% 올라 6위를 차지했다. 홍 본부장은 “1위를 차지한 자사 상품은 안정적인 배당과 성장성을 겸비한 우량 배당주로 구성된 게 특징”이라며 “여기에 커버드콜 전략을 통해 추가 수익을 추구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상품이 많아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 투자자들을 향해선 ‘유동성’을 확인할 것을 추천했다. 홍 본부장은 “유동성이 높은 ETF는 매수와 매도가 쉽고 괴리율(ETF의 시장 가격과 순자산가치(NAV) 간 차이)이 적어 원하는 시점에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할 수 있다”며 “보수가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면 작은 보수 차이보다 시장 유동성과 규모가 실제 투자 시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