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은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전환, 건강한 가정에 대한 설교, 다자녀 가구 직접 지원, 아이 돌봄 시설 마련 등 한국교회의 저출생 극복 노력에 관해 주 부위원장은 “생명과 가족에 대한 가치를 회복하고 가족 친화적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더없이 소중한 노력들”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80분 넘게 대담한 주 부위원장은 “혼인 건수와 출생아 건수 등에서 반등 조짐이 있는데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저출생 극복의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지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엄과 탄핵 등으로 정국이 어지러워도 정치보다 더 심각한 과제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인 만큼 정부는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뜻도 전했다.
주 부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경제통으로 현실 파악과 정책 대안 마련에 능통하면서 강한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평을 듣는다. 주 부위원장은 국민일보 ‘하나님의 선물 아이좋아 시즌2’에서 보도하는 교회 기관 개인 등의 저출생 극복 노력을 함께 심사하고 평가해 정부 포상을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와 기관, 개인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자 전면 기사로 보도하며 토요일자엔 독자들에게 지면을 개방해 아기들 유아세례 모습을 전하고 있다.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가정의 소중함을 회복하고 가족 친화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와 국민일보의 노력은 저출생 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하고 사회 인식 변화를 촉발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크리스천이라고 들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드렸고, 대학 시절 옥인교회에 출석했다. 결혼하면서 처가와 함께 가톨릭 신앙을 지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하고 미국 하와이대에서 잠시 교수 생활을 할 때 성경을 통독할 기회가 있었다. 창세기 1장 28절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아이가 축복이다’라는 관점을 지속해서 전하고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출생 반전을 위해선 두 가지 측면이 필요하다. 결혼하고 애를 낳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의 기회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건 정책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대책을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 주거 부담 완화 등의 해법을 내놓고 있다. 저출산은 또한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수도권에 과밀하게 집중하고 또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측면 등이 있다. 이것 역시 구조적 방안을 정부 차원서 모색 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안 된다. 이는 필요조건이고 충분조건이 필요하다. 지난 10월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출장을 가서 출산율을 고민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정책 협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공통된 생각이 ‘아이가 행복일 수 있다, 축복이다’란 인식의 전환이다. ‘왜 내가 애를 낳아야 하나’란 질문에 ‘아이가 행복’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우리 사회 만연한 개인주의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생명 가족 공동체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혼인 건수, 출생아 수 등 출산율 반등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발표된 9월 인구 동향에서 혼인 건수가 6개월 연속 전년 동월대비 증가했다. 출생아 수도 3개월째 전년대비 증가를 이어가며 출생아 2만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6·19 대책 발표 이후 9월에 실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3월에 비해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결혼 의향이 모두 증가했다. 최근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도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2년전 50.5%에서 올해 52.5%로 늘었고, 출산 의향도 같은 기간 65.3%에서 68.4%로 소폭 증가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다.
다만 본격적이고 구조적인 출산율 반등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 지금은 어렵게 형성된 긍정적 모멘텀이 확실한 추세 반전의 계기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이 위원회의 목표라고 들었다.
“한국의 저출생 추세는 절대적 수준과 상대적 속도 면에서 가장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단계적 목표를 설정했다. 먼저 출산율이 더 악화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0.68 내년엔 0.65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를 반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이번 정부에서 확실한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고 2030년까지는 1.0명대로 올리자는 것이다. 인구구조를 현행대로 유지하려면 대체출산율 수준인 2.1명까지 올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 1.0명을 목표로 한 것이다.”
-청년들 결혼식장도 자주 다닌다고 말씀 들었다. 결혼과 출산에 관한 청년들의 인식이 어떻게 하면 바뀔까.
“지난 3월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높았다. 아이 낳고 기르는 부담과 기회비용이 크고, 과도한 경쟁 압력과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 문화적 인식과 가치관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저출생 심각성에 대해 청년 10명 중 9명이 공감했고, 이상적인 자녀 수를 1.8명으로 응답했다. 이상적 자녀 수는 2023년 합계출산율 0.72와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결국 청년들의 애로사항이 해소된다면 저출생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결혼 출산이 페널티가 아닌 메리트란 인식을 확대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 주거 문제 등에 관한 직접적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일자리, 수도권 집중 등의 문제에도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다. 아울러 종교계 방송계 등과 함께 민관협의체를 구축해 청년세대를 포함한 사회 인식 변화를 위한 각종 활동을 추진 중이다. 지난 10월엔 정책수요자들로 구성된 ‘국민WE원회’ ‘청소년·청년WE원회’가 각각 출범해 정책 대안을 같이 모색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구조적 문제이기도 한데, 크리스천 기업들은 술이 포함된 회식보다 조기 귀가 등 가족 친화적 경영을 권하고 있다.
“맞다. 기업들의 관심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특별히 중소기업의 부담 경감을 위해 지난 7월부터 동료업무분담 지원금 월 20만원 지급을 신설하고, 내년부터는 대체인력 지원금도 월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인상한다. 가족친화인증,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에겐 세제 혜택과 신용보증, 대출금리 인하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위원회는 민간 주도의 ‘저출생극복추진본부’와의 협업과 경제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공유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남녀 육아휴직 사용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일·가정 양립 경영공시제도 역시 도입한다.”
-아이 돌봄 정책과 관련 한국교회가 정부와 어떻게 협력하면 좋을까.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종교계에서 먼저 제안해 돌봄 부족 지역의 종교시설 공간 활용을 통한 규제 개선책이 진행됐다. 건축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오는 28일까지 입법 예고 중이다. 이후엔 종교시설과 복지시설을 복수용도로 사용할 때 지방건축위원회의 심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다자녀가구 관련 기독교인 비율이 높은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양육 가정과 다자녀 가구에 대한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역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정부는 자녀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세제 혜택과 장학금 지원, 고속열차 할인 확대 등 다자녀 가구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국민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정보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포털도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교회는 저출생 극복뿐만 아니라 지방의 인구소멸 지역에서 노인 돌봄의 중책을 이미 감당하고 있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 역시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다. 80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OECD 국가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 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저출생 극복뿐만 아니고 노인 돌봄 지원, 노인대학, 노인선교회 등을 운영하며 고령화 문제를 함께 고민해 주셔서 감사하다. 치매 예방, 웰다잉 교육, 고독사 예방을 위해 교회를 중심으로 관계망을 구축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주시리라 기대한다.”
우성규 종교부장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