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요나가 풍랑 만난 때 같아…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구하자”

입력 2024-12-10 03:08
한국교회논평회 설립자인 박조준 목사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사무실에서 가진 ‘2024 기독교브랜드 대상’ 인터뷰에서 “어두운 한국교회와 사회 현실 속 이를 극복할 진리의 거대한 빛이 필요한 때이다”며 “이때 한국교회논평회가 문제 해결과 극복을 위한 한 줄기 빛이 되고자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과거 신군부 독재에 맞섰던 구순의 원로 목회자는 최근 한국을 뒤덮은 이른바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정신 차려야 할 때”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과 같은 풍랑의 때 누굴 탓하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며 “우리부터 회개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단호했다.

한국교회논평회 설립자 박조준(90) 목사 이야기다.

박 목사를 만난 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사무실에서다. 이틀 전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 선언으로 온 나라가 혼란한 상황에서 만난 박 목사는 사회 안정의 해법을 자기반성에서 찾았다. 한국교회논평회는 최근 국민일보 선정 ‘2024 기독교브랜드 대상’ 리딩부문을 수상했다. 박 목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절박한 심정을 토해냈다. 그 자신도 “이젠 그럴 나이가 아님에도 질문을 듣고 생각을 정리하며 다시금 마음이 뜨거워졌다”며 “목사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 때문에 그리고 우리 교회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런 큰 풍랑을 일으키신 것 아닌가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박 목사는 1980년대 서슬 퍼런 신군부 시절, 목회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권력에 굴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본보기가 됐다. 이제 구순으로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박 목사에게 여전히 한국교회와 사회는 기도거리다. 코로나19 사태는 종식됐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혼란하다. 박 목사는 이 시대에 필요한 선지자적 목소리를 내고자 올해 한국교회논평회를 설립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무력화된 성도와 교회를 깨우는 목소리로 시대적 소임을 감당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는 “교회정치나 현실정치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사안을 바라보며, 한국교회를 세상의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교회다운 교회로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지금과 같은 혼란한 정국과 교회를 향한 사회의 불신 이면에는 하나님의 뜻이 아닌 제 뜻대로, 안일한 자세로 살아온 우리네 모습을 회개하기 원하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지금의 때를 성경 속 요나가 만난 풍랑에 비유했다. 하나님 뜻에 불순종해 풍랑을 만났다고 깨달은 요나처럼 자기반성과 회개가 필요한 때라는 의미다. 그는 “대한민국이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환란의 때 하나님께 부르짖었던 크리스천들의 기도와 하나님의 사랑 덕분이었다”며 “지금과 같은 환란의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님을 찾는 것이며 그의 긍휼하심을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 모습을 보면 두려움이 앞선다고 했다. 일곱 개의 초대교회가 세워지며 복음 전파의 촛대 역할을 했던 튀르키예 땅이었지만, 그 촛대를 터만 남기고 옮기신 하나님께서 우리나라에서도 그 촛대를 옮기시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박 목사는 이럴 때일수록 교회가 세상 속 구원의 방주와 같았던 초대교회 모습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교회는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며 “세상의 소금이자 빛이 되라는 하나님 말씀처럼 교회의 참모습을 보여줘야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되지 않겠는가”하고 반문했다. 이어 물질주의와 무신론적 인본주의, 세속화에서 벗어나 가난하고 소외된 자의 편에 서며 교회를 만민이 기도하는 집으로 만드는 본질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교회는 최근 반성경적이고 독소조항이 담긴 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교회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교회의 정치 참여는 어떠해야 할까를 묻는 말에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사회의 영적 파수꾼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했던 세례요한의 고백처럼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 영적 파수꾼이 돼야 한다”며 “파수꾼의 역할이 적과 직접 맞서 싸우는 것에 있지 않고 성안의 사람들에게 원수가 쳐들어온다고 깨우는 역할에 있듯, 교회가 사회를 깨우며 주의 길을 외치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예수를 본받으려는 이들이 많을수록,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고자 애쓰는 목회자들이 있는 한 교회는 사회의 희망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목회자들에게 “인공지능(AI)이 설교문을 써주고 인터넷에 설교 자료가 풍부한 세상 속에서 목회자는 단순히 지식의 전달이 아닌 자신의 영혼을 쥐어 짜낸 결과인 생명의 말씀을 전하는 자가 돼야 한다”며 “설교를 듣는 이들의 심령을 구원하고자 하는 뜨거운 눈물과 마음, 부모가 자식을 대하듯 교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목사는 마지막으로 로마서 8장 28절을 인용하며 한국교회와 사회에 위로를 전했다.

“세상 살다 보면 많은 일을 겪지만, 하나님은 제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룬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하나님은 환란 날에 자신을 찾으면 우릴 건져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일곱 번 넘어지더라도 여덟 번째 일어나면 됩니다. 질그릇 같은 우리는 보배이신 하나님을 소유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나님만 믿고 희망과 투지, 확신과 용기를 가지면 반드시 밝은 날이 올 겁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