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가위기 상황에서 한국교계가 하나님의 정의와 긍휼을 구하는 동시에 국정 안정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헌적 계엄을 주장하며 국가 리더십에 대해 회초리 같은 비판을 내놓는가 하면 나라를 위한 금식 기도에 나서기도 했다.
8일 교계에 따르면 감리교신학대 교수와 기독교한국루터회 소속 목회자들은 시국선언문 등을 내고 이번 비상계엄령에 대해 “불의한 권력의 위헌적 계엄이다. 국민의 기본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회에 “정당의 유불리에 따라 판단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탄핵을 포함한 모든 일을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루터회 소속 목회자들은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행동하겠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을 향해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실현되도록 힘쓸 것, 모든 교회가 양심과 신앙에 따라 행동하며 국민의 편에 설 것, 지도자는 자신의 권한이 국민에게서 나왔음을 겸손히 새기며 정의와 평화의 소임을 다할 것 등을 요청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시국회의(상임대표 김상근 목사) 등 312개 교계 단체는 전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윤석열 탄핵 촉구 시국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에는 목회자와 개신교인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비상계엄령’은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았다. 어렵게 쌓아 온 평등의 가치는 일순간에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다시 오실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대림절기, 그리스도인들은 무너진 세상을 바라보며 하나님 나라를 간절히 소망한다”면서 “평등의 세상을 바라는 이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뤄지는 날까지 거리에서의 예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한성공회 최고 의결기관인 주교원은 “비상계엄 조치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행위”라고 규탄하며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이어 “하나님께서 주신 기본적 권리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침해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슬픔을 표한다”며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치유하고 극복하는 데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성공회전국성직자단은 10일 시국 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초교파 기도운동단체인 에스더기도운동도 탄핵 표결이 진행된 7일 ‘국가를 위한 금식기도’에 나섰다. 앞서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직후에는 ‘국가와 위정자들을 위한 70시간 연속기도회’를 이어갔다.
임보혁 김동규 손동준 신은정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