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의 양쪽에는 빈 곳인 ‘부비동’이 있다. 이곳에도 암, 즉 악성 종양은 물론 여러 양성 종양이 생긴다. 양성 종양 중 특히 ‘반전성 유두종’은 흔치 않은 질환임에도 근래 발병 환자가 증가 추세여서 주목된다. 더구나 발생 원인이 성접촉이나 피부·점막 등을 통해 전파되는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와 연관성이 크고 다른 양성 종양과 달리 암(편평상피암)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5~15%에 달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반전성 유두종 진료 환자는 2019년 5264명, 2020년 5342명, 2021년 5418명, 2022년 5174명, 2023년 611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환자는 2019년 대비 16% 늘었다.
반전성 유두종은 표면으로 자라기보다는 기질 속으로 파고드는 특징을 가져 붙여진 이름이다. 선행 연구를 통해 이 질환의 약 50%에서 HPV가 검출되고 특히 고위험 유형인 HPV 6, 16, 18, 33형과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의학전문대학원 연구팀은 2006년 논문을 통해 HPV 감염이 반전성 유두종의 형성과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고위험 HPV형이 악성 변화와 관련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HPV가 암의 형성과 직접적 연관이 없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반전성 유두종은 인구 10만명 당 1.5명에서 발생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더 잘 걸린다. 주로 40~60대에서 진단되지만 최근 젊은 층에도 발생하고 있다. 5년간 진료 환자의 연령별 비율을 보면 60대가 23.5%로 가장 많았고 50대(22%) 40대(14.3%) 30대(11.1%) 80세 이상(4.4%) 20대(7.1%) 10대(3.5%) 10세 미만(1.9%) 순이었다.
반전성 유두종은 부비동이나 비강 내 다른 양성 종양(혈관 섬유종, 골종, 혈관종 등)과 다르게 종양 조직 주변으로 국소적 침범을 일으키고 주위 골 조직을 파괴한다. 또 종양의 원발부위를 완벽히 제거하지 않으면 재발이 잦고 빠르게 성장한다. 주요 증상은 주로 한쪽 코에서 천천히 진행되는 코막힘인데, 종양이 급격히 커지는 경우 급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 또 코피가 자주 나거나 코에서 농성 분비물이 나올 수 있어 축농증, 비염으로 오인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콧구멍 밖으로 종양 생성물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종양이 커져 부비동 등 공간을 가득 채울 경우 안면통증이나 눈 통증,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안상현 분당제생병원 과장은 “반전성 유두종은 만성 축농증에 동반된 코 용종과 구분되지 않아 코 전문의 진료를 통해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약물치료는 제한적이며 비강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로 종양의 기원이 되는 부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재발 방지에 도움 된다. 안 전문의는 “갑자기 발생한 코막힘이 있다면 꼭 코 전문의 진료를 통해 코안을 확인해 보라”고 권고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