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당정이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발표한 8일에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칩거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에 대한 비난 여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과정에서 나타난 최소 6표의 여당 이탈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윤 대통령 내란 혐의 피의자 입건 소식 등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돌출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사회적 논란이 커진 뒤 대통령실은 상황을 반전시키려 애쓰기보다 그저 망연자실한 분위기에 가깝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9일 한덕수 총리 일정 중 ‘대통령실 주례회동’ 일정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는 매주 월요일 정기적으로 회동해 왔으나 윤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 수행이 어려워지면서 이 주례회동은 향후에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회동 취소를 대통령실이 아닌 총리실이 언론에 알린 것도 시사적이었다. 대통령실에서는 이날 매주 일요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리던 수석비서관회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장과 수석들은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직후 서울 한남동 관저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는 앞선 3~4일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때와 마찬가지로 기자들 참석 없이 방송 화면으로만 제공됐다. 윤 대통령은 이후 별도 일정을 수행하지 않고 소수의 핵심 참모·지인과만 소통하며 사실상 칩거에 들어간 상태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밤 관저에서 국민의힘의 단체 불참에 따라 본인 탄핵소추안 투표가 불성립하고, 이에 대해 국민적 비난 여론이 들끓는 장면을 TV로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직원들은 계속 출근하지만 활기를 잃은 모양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비상계엄 사태 관련 수사가 임박했으며,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 일부는 휴대전화를 교체하거나 텔레그램 등 메신저 프로그램을 탈퇴하고 재가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