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영역에서 등장하는 ‘뉴노멀’과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 경제적 불안과 기후 위기, 개인주의와 비대면 일상화가 몰고 온 고립 문제 등은 팬데믹 이후 마주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크리스천들이 가장 많이 가슴에 새긴 성경 말씀은 무엇일까.
국민일보는 창간 36주년을 맞아 국내 성경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갓피플성경’에 의뢰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이용자가 형광펜으로 가장 많이 표기한 성경 구절을 집계했다. 갓피플성경은 활성 기기수 115만대에 달하는 국내 1위 성경 앱이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성도들이 올 한 해 가장 밑줄을 많이 그은 성경 구절은 빌립보서 4장 6절 말씀이었다. 이어지는 빌립보서 4장 7절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는 말씀이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는 마태복음 6장 33절이 차지했다. 불확실한 시대와 미래 속에 밀려드는 불안감을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간구하라는 말씀으로 위로와 힘을 얻고 이겨내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3위를 기록한 세 구절을 묵상하다 보면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의탁’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 구절엔 공통적으로 ‘모든’이란 단어가 등장한다”며 “성도들이 삶 가운데 겪는 불안 속에서 전적으로 붙들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하나님의 섭리를 전적으로 믿으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 번째로 많은 밑줄이 그어진 성경 말씀은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는 갈라디아서 2장 20절이다. 5위에는 로마서 12장 2절의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가 올랐다.
갓피플 김희동 본부장은 “시대 환경에 따른 염려와 불안에 대해 크리스천은 다양하게 반응한다”며 “기후 위기에 대한 실천적 대응, 10·27 연합집회 참석 등 적극적으로 시대를 분별하고 깨우치려는 크리스천들의 반응성도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6위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의 로마서 8장 28절, 7위는 여호수아 1장 9절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8위는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의 요한복음 3장 16절, 9위는 사도행전 1장 8절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10위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 18절인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였다.
일상 속 위기감이 고조될 때 말씀을 붙들고 묵상하는 것 또한 크리스천에게서 나타나는 주요 행동양식이다.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사태가 벌어진 직후 ‘갓피플 성경’ 앱의 이용량이 전주 평일 대비 약 10% 증가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다가오는 새해에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적지 않겠지만 순간마다 염려하기보다는 말씀으로부터 힘을 얻고 기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크리스천들이 단순히 위로를 얻는 데서 그치기보다는 말씀을 더 깊이 연구하고 실천을 통해 성경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영적 습관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권면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