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신실함으로 나아가는 교회’라는 뜻을 가진 주신교회(황성재 목사)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하는 회복 공동체이다. 주신교회는 지난 2월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에 세워졌다.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이지만 예장 합신에 속한 수원천성교회(김두열 목사)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두 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교회 공동체를 위해 교단의 한계를 뛰어넘는 결정을 내렸다. 그 중심에는 황 목사의 아들 주현(13)이가 있었다.
최근 주신교회에서 만난 황성재(43) 목사는 “2014년 하와이 코나에서 선교 훈련을 받던 중, 두 살 된 아들 주현이가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 요독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신장이 손상돼 투석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병”이라고 말했다.
“주현이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분류됐습니다. 8일간 바이러스 검출이 없으면 안전하다고 했지만 10일째에 검출됐습니다. 최장시간 투석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담당 주치의는 당시 주 1회 600만원의 신약 솔리리스를 복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황 목사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통해 주현이의 사연을 전하며 기도를 요청했다. 김두열 목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기도로 함께했다. 그 결과 주현이의 신장이 99% 회복되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했다. 이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응답이었다.
그러나 신장이 회복된 날, 바이러스가 뇌를 공격하며 주현이는 뇌병변(뇌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의식 소실, 발작, 행동 변화 등이 반복되는 만성 뇌 질환) 진단을 받았다. 뇌병변 치료 중 두 차례 심정지로 생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황 목사와 김영은 사모는 요한복음 9장 3절 “이 사람이나 그의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는 말씀을 붙들며 하나님께 치료와 회복의 은혜를 간구했다.
두 달여 만에 주현이가 퇴원하던 날, 의료진과 SNS로 함께한 동역자들이 모두 눈물로 축복했다. 7억원이 넘는 병원비도 하나님의 방법으로 해결됐다. 귀국 후 김 사모는 뇌병변에서 뇌전증으로 이어진 주현이를 돌보며 헌신했고, 황 목사는 세 곳의 사역지를 거치며 9년간 부교역자로 사역을 이어갔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은 황 목사에게 장애인 사역의 길을 열어주시며 새로운 사명을 맡기셨다.
발달장애 가정에 ‘샬롬’선물
우리나라 발달장애인 인구는 2024년 현재 26만 3311명으로 전체 장애인 인구 265만 2860명의 9.9%를 차지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발달장애인 가정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줄까 걱정하며 교회 나오길 꺼린다.
황 목사는 이 같은 이유에 대해 한국교회 안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장애인 사역을 전문으로 하는 교회는 많지만 마치 다리가 아픈 사람에게 ‘배려할 테니 다치지 않은 사람처럼 빨리 걷자’고 요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계속 배려를 받는 장애인들도 참된 샬롬을 누리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느리게 걷는 교회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품고 교회를 개척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7년간 주현이를 위해 기도해 준 수원천성교회로 부름받아 청년부 협동목사로 2년간 섬겼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꿈꾸며, 가정과 사역의 균형도 필요했던 시점에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주고 다른 교단 교회 설립을 지원해 주신 수원천성교회 담임 목사님과 성도님들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교회 공간은 휠체어 사용자와 발달장애인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문턱을 없애야 했고 엘리베이터와 넓은 주차장이 필요했다. 장애인 공동체 입주를 꺼리는 주인들이 많았다. 황 목사는 “100곳이 넘는 상가를 찾아다닌 끝에야 지금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일이면 주신교회는 작은 천국이 된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놀고 부모들은 비로소 온전히 예배에 집중하며 영적인 쉼을 얻는다.
“나 여기 있어요!” ‘아임히얼’ 발달센터
주신교회는 교회 공간을 ‘Im here(아임히얼)’ 발달심리센터와 공유하며 지역사회와 발달장애인을 위한 치료 사역을 진행한다. 발달심리센터 원장 김영은 사모는 “‘아임히얼’은 ‘나 여기 있어요’라는 당당한 외침”이라며 “발달장애 자녀와 부모들이 더 이상 숨지 않고 이곳에서 함께 나누고 회복하며 용기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이스티튜토 마랑고니’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김 사모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돕기 위해 미술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해 미술을 도구 삼아 발달장애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감각통합, 언어, 인지, 놀이치료 등을 제공하며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황 목사는 발달장애 가정을 위한 부부 치료 사역을 위해 국제 공인 ‘이마고 부부치료사(ICT: Imago Clinical Training)’ 자격을 취득했다. 처음에는 마음을 닫고 찾아온 부모들도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황 목사 부부의 상담과 공감을 통해 위로받으며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황 목사는 “개척 이후 어려움이 많았지만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며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걸어가고 있다”며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특수 사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는 원래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공동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을 이루는 선교적 모델이 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성남=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