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2시50분쯤. 야당 의원들이 국회 본관 정문 쪽 계단 주변으로 웅성거리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국회 부의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십 수 명의 의원들은 곧 양팔을 서로 얽어매 스크럼을 짜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어딜 들어와” “목숨 걸고 막읍시다” 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야당이 국회 본관 정문을 틀어막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전격 방문할 거란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 직후부터였다. 윤 대통령이 오후 3시 여당 의원총회를 방문해 임기단축 개헌 방안 등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 대통령이 경호 인력을 대동하고 국회에 들어와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섞이면서 야권은 가동 인력 전원 ‘본관 사수령’을 내렸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현재 내란의 주모자인데다가 법적으로 대통령 경호를 위해 경호처를 포함한 군 동원이 가능해 대통령의 국회 출입은 현시점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오후 3시가 되자 국회 로텐더홀로 올라가는 계단은 야당 의원과 보좌진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내란수괴 처벌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범죄자 윤석열을 체포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차 계엄 가능성도 마냥 배제하긴 어렵다”며 “헬기를 띄우고 총을 든 군인에게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하고,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 수괴가 무슨 낯짝으로 국회에 발을 들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나섰다. 우 의장은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연락받은 바 없다. 방문 목적과 경호 등 사전 협의 없이는 대통령의 안전 문제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대통령께서는 국회 방문 계획을 유보해주시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진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은 대통령실이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누그러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오늘 국회 방문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진은 한동안 이어졌다. 국회사무처는 본청 앞 잔디광장과 뒤편 운동장에 헬기 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대형 버스와 차량을 배치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로 진입했던 것과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 김민기 사무총장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국회 어린이집에 조기 하원 조치를 지시하기도 했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긴급 비상계엄 선포를 막기 위한 법안을 경쟁하듯 발의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 전시가 아닌 경우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국회가 계엄 선포 해제 요구안을 의결하면 그 즉시 계엄 해제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 계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도 국회가 폐쇄되거나 국회의원의 본회의장 출입이 어려운 경우 등 본회의가 정상 개의되기 어렵다고 국회의장이 판단하면 원격 영상 회의 방식으로 본회의를 개최할 수 있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동환 이경원 정우진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