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음모론 맹신’ 사실이었나… 취임 전부터 “선관위 털려고 했는데”

입력 2024-12-07 00:10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진입한 계엄군이 청사 내 통합명부시스템 서버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 CCTV 영상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6일 공개했다. 행안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비상계엄이 부정선거 음모론자 주장에 따라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정치권 안팎에서 음모론으로 평가받는 ‘부정선거’ 의혹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주된 배경 중 하나였던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진입시킨 이유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 해소가 윤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이미 언론에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6일 계엄군의 선관위 청사 점거에 대해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선관위에 진입한 계엄군이 ‘사전투표 명부’를 관리하는 통합명부시스템을 목표로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CCTV를 보면 선관위 과천청사에 진입한 계엄군은 지난 3일 오후 10시31분 2층 전산실에 진입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가 같은 날 밤 10시29분에 종료된 지 약 2분 만이다. 선관위 전산실은 사전투표 명부 관리 시스템이 있는 곳으로 4·10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보수단체나 유튜버 등은 이곳에 대한 수사를 요구해왔다. 다만 노 위원장은 “계엄군의 내부 자료 반출은 없었다”고 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많은 국민이 부정선거 의혹을 갖고 있고,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장악 시도 배경에 윤 대통령 지시가 있었음을 시사한 셈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상황에선 영장 없이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가능한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부정선거 의혹에 심취돼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가 2021년 9월 대선 경선 후보 토론이다. 당시 황교안 후보가 4·15 총선 불법 선거 가능성을 주장하자, 윤 후보는 “저도 (검찰)총장 시절에 4·15 총선 결과를 지켜보고, 황 후보께서 출마하셨던 (서울) 종로구의 동별로 비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오는 거라든지, 또는 관외 사전투표 비율이 아주 일정하다든지 하는 것에 대해서 좀 통계적으로 볼 때도 의문은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저와 아크로비스타(윤 대통령 자택)에서 처음 만난 날 ‘대표님,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을 보내서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 하고 나왔다’가 첫 대화 주제였던 사람이 윤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