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로 한국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뜨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대통령실은 침묵만 유지할 뿐 아무런 반전도 모색하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6%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5월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최저치다. 부정 평가율은 75%로 취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온 국민이 비상계엄 사태를 겪은 이후인 4~5일 조사치로만 한정하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3%로 더욱 낮았다. 이 기간 부정 평가율은 80%로 높아졌다. 한국갤럽은 “이는 국정농단 사태 초기인 2016년 10월 넷째 주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전후 양상과 흡사하다”고 밝혔다.
직무 정지는 물론 수사기관의 내란 혐의 수사 위기에 직면한 윤 대통령은 이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칩거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한 이후 시각에는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취지의 긴급 담화를 할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이러한 담화나 입장 표명은 결국 없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참모들은 온갖 소문에도 언론 접촉을 일체 차단한 채 침묵을 이어갔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체포·구금을 지시한 바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언론에 밝히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끝내 이러한 입장조차 밝히지 못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대상자들의 이름, 대통령과의 통화 내역까지 공개하면서 비상계엄 당시 실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음을 증언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대통령실로서는 공식 입장을 내는 일리 갈수록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은 앞서 비상계엄은 야당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대통령의 선택이었고, 국회의원들이 해제 요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해 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