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이번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며 대통령 직무 정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 5일만 해도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자신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입수한 뒤 입장을 바꾼 것이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새로 확인된 내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국정농단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쿠데타이자 내란 시도”라고 말했다.
당내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도 “역사 앞에 죄인이 되면 안 된다”며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이 퇴진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 제안으로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면담을 한 뒤 국회로 돌아와 의원들에게 “당론으로 정한 건 못 바꾸겠지만, 제 의견은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으로부터 이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은 못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한 대표의 입장 선회에도 여당 내 이탈표가 탄핵안을 통과시킬 만큼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여당 내 최소 8표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당내 친한계 의원들은 20~30명으로 추산되지만, 친한계 의원 중에서도 “이 대표의 최종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려면 탄핵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밤늦게까지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어 탄핵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기존의 ‘탄핵 반대’ 당론을 뒤집지는 않았다. 추경호 원내대표와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의총 도중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7일 표결과 관련한 수습 대책 등을 논의했다.
윤상현 의원은 “설령 한 대표 말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바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우리 나름의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도 “우리 손으로 만든 대통령을 우리가 탄핵한다면 다음번에 또다시 우리에게 표를 달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긴급회의를 열고 “대통령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2선 후퇴와 책임총리가 이끄는 비상거국내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종선 정우진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