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잡아들여 싹 정리해…尹, 전화로 직접 지시”

입력 2024-12-06 19:08 수정 2024-12-06 22:10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관련 현안보고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심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는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의 주장이 나왔다. 계엄군이 ‘체포조’를 국회에 투입했다는 야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국정원마저 계엄에 동원하려 했다는 뜻이 된다.

홍장원(사진) 국정원 1차장이 6일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면담에 배석했던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밝혔다. 면담에는 조태용 국정원장도 동석했다.

홍 차장 보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 선포 약 2시간 전인 오후 8시20분쯤 홍 차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홍 차장은 이 전화를 놓친 뒤 8시22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대통령은 이때 “한두 시간 뒤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잘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전화는 오후 10시53쯤 다시 걸려왔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홍 차장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지시했다고 홍 차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홍 차장 휴대전화에 기록된 윤 대통령과의 통화 기록도 공개했다.

홍 차장은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해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들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홍 차장은 이 체포 명단에 우 의장과 한 대표, 이 대표 및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최고위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올랐던 것으로 기억했다.

김 의원은 “여 사령관이 ‘1차, 2차 검거를 순차적으로 할 예정이며, 방첩사 내 시설에 구금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홍 차장에게 얘기했다”는 주장도 했다. 다만 홍 차장은 ‘미친 X이구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조 원장과 국정원 1·2·3차장, 기조실장 등 국정원 수뇌부 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방첩사와 잘 협조하라고 얘기했다” “한동훈, 이재명을 잡으려고 한다”는 보고가 올라왔지만, 조 원장은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는 언급만 했다는 게 홍 차장의 설명이다.

홍 차장은 지난 5일 조 원장이 윤 대통령의 ‘즉시 경질’ 지시를 전하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전 이임식까지 마쳤지만 조 원장은 사직서를 반려했다고 한다. 홍 차장은 “대통령이 노발대발하면서 경질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복수의 출처에서 들었다”고 주장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그러나 조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는 한 대통령은 1차장과 (그런 통화를 할 정도로) 개인 친분이 없다”고 말했다. 홍 차장의 인사 조처 배경에 대해서는 “오로지 제 판단으로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인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정치인 체포조 운영과 관련해 “포고령에 근거해 정치인들에 대한 위치 확인을 지시한 건 있지만, 체포 지시를 내리진 않았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최승욱 이동환 기자 applesu@kmib.co.kr

최승욱 이동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