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가시화하고 있다. 탄핵소추 가결의 열쇠를 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 저지를 공언한 지 하루 만에 사실상 찬성하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오늘 표결에 부칠 예정인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몇 달 동안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이 커다란 불확실성 속에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국정의 불가피한 공백에 국가 기능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한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에는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에 한 대표에게 독대를 제안했고, 한 대표는 “만났지만 제 판단을 뒤집을만한 말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탄핵소추안은 여당 의원 8명만 이탈하면 가결 정족수를 넘기는 터라 한 대표의 입장 선회는 탄핵 정국의 중대한 변곡점이 된다.
“대통령이 계엄 직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홍장원 국가정보원 제1차장의 증언도 나왔다. 여야 대표 등 체포 명단도 공개됐다. 계엄군 약 300명이 국회보다 먼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것도 확인됐다. 부정선거 의혹의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는데 이는 극단적 유튜버들이 주장해온 것이다. 이번 계엄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판단에 기반했는지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 정국이 여야 대치 국면으로 흐를 경우 극심한 혼란과 분열을 낳을 우려가 크다. 여야의 강 대 강 대결 정치가 대통령 탄핵이란 엄중한 사안에서마저 반복된다면 정쟁과 위기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한 대표가 당초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낸 배경에도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작용했을 것이다. 여야 모두 머리를 맞대서 가장 질서 있고 평화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만약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여야의 협력은 더욱 필요해진다. 가결과 함께 대통령의 직무는 바로 정지되고, 탄핵심판 사건은 즉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되며, 헌재는 180일 안에 선고해야 한다. 최대 6개월간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헌재는 역량을 총동원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려야 하며, 여야는 국정을 함께 책임지는 자세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