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연일 비판적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이번 계엄 사태로 한국을 민주주의 동맹국으로 여겨온 미국의 인식에 의심이 생겼고, 한·미동맹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계엄령 선포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계엄령이 해제된 것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또 이 기간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에 대한 확신을 전달했다”며 “한국의 민주적 절차가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의 즉각적인 계엄 해제를 환영하고 “민주적 절차”라고 평가한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일본 방문과 동시에 추진하던 한국 방문을 취소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의 일본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일정은 역내에서 미국의 동맹·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평화, 안보, 번영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한 국방부의 역사적 노력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 한국 방문은 언급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오스틴 장관이 일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미국은 전날에도 외교적 언사로는 매우 이례적인 단어들을 사용해 한국의 계엄 사태를 비판했다.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badly misjudge)”을 했다고 말했으며, 계엄 선포에 대해 “불법적인 과정”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4∼5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한미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도 무기한 연기됐다.
미국의 비판적 기류에는 한국의 계엄 선포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 어긋난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동맹국인 미국에도 알리지 않고 계엄을 선포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일 수도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