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것 없는 野, 감사원장·중앙지검장 탄핵… 두 사정기관 ‘수장 공백’

입력 2024-12-06 00:31
최재해 감사원장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발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직무가 정지되자 서울 종로구 감사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5일 결국 국회 본회의 벽을 넘어섰다. 헌법상 독립기구인 감사원 수장의 탄핵 소추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핵심 사정기관인 감사원과 서울중앙지검 수장이 동시에 공백 상태가 된 것 역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야당 겁박으로 주요 감사 업무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92명 중 찬성 188표, 반대 4표로 최 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다. 이 지검장 탄핵안은 찬성 185표, 반대 3표, 무효 4표로 의결됐다. 중앙지검 조상원 4차장 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검사 탄핵안도 함께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 강행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가진 170석만으로도 통과시킬 수 있었다.

민주당은 최 원장의 탄핵 사유로 전 정부를 겨냥한 정치적 표적 감사 등을 들었다. 검사 탄핵 이유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 등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혜를 문제 삼았다.

최 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탄핵 추진으로 국가 최고 감사기구인 감사원의 독립성에 심대한 위해를 초래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해 감사원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엄중한 시기에 탄핵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지검장은 탄핵안 가결 후 “후배 검사들에게 많은 짐을 남기고 가 마음이 무겁다”며 “직무대행 체제에서도 수사와 재판에 차질이 없도록 역할을 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승환 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이 지검장 업무를 대신하게 된다.

최 원장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감사원은 곧바로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감사원법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최선임인 조은석 감사위원이 권한대행을 맡는다. 조 감사위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서울고검장 등을 거쳐 위원으로 임명됐으며, 야당 측 인사로 분류된다. 서울중앙지검도 박승환 1차장검사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조 차장검사 업무는 공봉숙 2차장검사와 이성식 3차장검사가 분담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에 방해가 되면 국가기관, 헌법기관, 수사기관 할 것 없이 탄핵으로 겁박하고 기능을 마비시키려 하고 있다”며 “저열한 정치적 모략이자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막가파식 횡포”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최 원장 사건 등 탄핵소추안 4건을 접수했다. 올 들어 헌재에 접수된 탄핵 사건은 지난 8월 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사건을 포함해 모두 5건이 됐다.

박민지 신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