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들 이제와 반대했다지만… 아무도 막지 못했다

입력 2024-12-06 00:12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참석자들에게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도 민생 안정을 위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내각의 의무”라고 독려하고 있다. 윤웅 기자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이후 대부분 계엄 선포에 우려 내지 반대 뜻을 표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내란 혐의 여부 수사가 시작되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당시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누구도 윤석열 대통령의 뜻을 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찬성한 국무위원이 누구였느냐’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찬성·반대가 있지는 않았으나 반대라는 표현을 쓴 분 자체는 두어 명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무위원 대다수가 우려를 표시했다.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국무위원 개개인이 느끼는 상황인식·책임감과 국가 통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느끼는 상황인식·책임감은 다르다’고 말씀하셨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또 행안부 장관으로서 어떤 의견을 밝혔는지 묻는 질문에 “(계엄 선포) ‘시기가 적절하냐,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재차 계엄 선포를 시도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의에는 “또 다른 일(계엄)이 발생한다면 강력히 조언 드리고 만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선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바로 윤 대통령이 이석하면서 충분히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이 위법·위헌이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동의한다”고 답했다가 그 뒤 “위헌 여부는 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3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위원들은 이처럼 계엄 선포를 반대하거나 우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비상계엄 선포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선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들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역시 외교적 파장 등을 우려해 가장 먼저 반대 의사를 표했다고 말한다. 통일부도 김영호 장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석자가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국무위원들 주장을 종합하면 결국 비상계엄 선포는 대다수 국무위원의 반대에도 윤 대통령 단 한 명의 의지로 강행됐다는 뜻이 된다. 정치권에선 비상계엄 선포 심의에 책임이 있는 국무위원들이 이후 내란 혐의 문제가 부각되자 면피성 변명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행안위는 이상민 장관 발언을 둘러싼 여야 격돌로 파행했다. 이 장관은 “이번 사안을 내란죄다, 내란의 동조자다, 내란의 피혐의자다 표현하는 부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언급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거칠게 항의했고,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을) 이미 내란죄로 규정한다면 참석할 의미가 없다”며 전원 퇴장했다.

이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솔직히 말해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으면 이런(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가능하지 않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가 야당 항의가 빗발치자 발언을 취소하기도 했다.

야당은 이 장관과 김용현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 등 7명에 대한 수사당국의 조속한 체포를 촉구하는 ‘내란 범죄혐의자 신속 체포 요구 결의안’도 단독 의결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