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형마트, 불황에도 잘 나가는 ‘올·다·무’ 모시기

입력 2024-12-09 00:51
대형마트·쇼핑몰 등 오프라인 매장들이 불황 속에서도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올·다·무(CJ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 매장 크기를 확장한 올리브영 고양 스타필드점. 올리브영 제공

이커머스로 소비 중심축이 옮겨 가면서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인기 브랜드 ‘모시기’가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올다무)가 단골손님이다. 마트 안에 이들 매장을 유치하는 ‘숍인숍’으로 집객 효과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한 롯데백화점 타임빌라스 수원, 스타필드 수원·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에는 모두 다이소가 입점했다. 스타필드 고양점은 지난 4월 올리브영 매장을 기존보다 3배 이상 큰 규모인 600㎡로 확장했다. 로드샵만 운영하던 무신사는 지난 3월 타임빌라스 수원에 처음으로 매장을 낸 뒤 현대백화점 중동점, 갤러리아 광교점 등에 입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과거에는 주로 마트 내에 크지 않은 규모로 입점시키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점포 입구 쪽 1층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에 숍인숍 매장을 들인다. 방문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죽전점을 스타필드 마켓으로 리뉴얼하면서 테넌트 점포(임차 점포)를 위한 공간을 7260㎡에서 1만2210㎡로 확장하고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을 입점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의 매장을 들이면 어쩔 수 없이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한 기업의 상품이 다른 기업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수요를 가져오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른바 ‘올다무’의 집객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23개 유통업체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은 6.7% 증가했지만,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각각 -3.4%, -2.6%의 증감률을 보였다.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각각 3.7%, 7.1% 증가했다.

최초 '숍인숍' 형태의 무신사 스탠다드 타임빌라스 수원점. 무신사 제공

불황 속에도 ‘올다무’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올리브영은 3조8682억원, 다이소 3조4605억원, 무신사 99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리브영은 연말까지 매출 5조원을, 다이소는 4조원을 전망하고 있을 만큼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지역 최대 규모로 오픈한 다이소 동대문 던던점. 다이소 제공

다이소의 경우 몰·마트·슈퍼 입점 매장으로 매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20년 253개였던 숍인숍 점포는 지난해 290개로 3년 만에 약 40개점 증가했다. 전국 다이소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 1519개로, 약 20%가량이 몰·마트·슈퍼 내 입점한 셈이다. 업계는 이 수치가 올 연말이면 300개가 넘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리브영 역시 지난해 기준 전체 매장은 1337개였다. 이 중 ‘몰 매장’은 131개다. 10곳 중 1곳 이상은 마트나 중소형 몰, 복합대형쇼핑몰에 입점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장을 보러 마트를 찾았다가 올리브영이나 다이소를 들르는 게 아니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 필요한 게 있어 마트에 들렀다가 식료품 등을 사는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규점을 오픈하거나 리뉴얼 개장을 할 때 이들 매장이 들어와야 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생겼다”며 “유치하기 위해 임대료 할인 등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