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위험국에 단체 관광 취소 접수… ‘계엄 쇼크’ 면세점 좌절

입력 2024-12-06 02:02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유학 중인 독일인 J씨(28)는 부모님이 겨울 방학에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3일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결국 취소됐다. 그는 “정말 기대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너무 걱정하셔서 결국 미루기로 했다”며 “정작 한국은 금방 일상으로 돌아간 것 같은데 독일에 있는 친구들에게 괜찮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비상 계엄령 선포와 해제 사태로 주요 국가가 한국을 ‘여행 위험 국가’로 분류 중이다. J씨 가족처럼 외국인들이 한국 방문을 미루는 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5일 여행·면세업계에 따르면 한국 방문 단체 여행 취소 움직임과 외국인의 ‘안전 문의’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올다무’(CJ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 인기 K브랜드는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대사관은 전날 비자 발급, 여권 면접 등 일부 영사 업무를 중지했다. 영국 외무부는 한국에 대한 긴급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일본과 호주 등은 한국에 있는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조차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면세점업계는 수심이 가득하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감소, 1인당 구매단가 하락 등으로 오랜 불황을 겪으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면세점업계는 올해 3분기 주요 면세점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가 모두 적자를 냈다. 구조조정과 점포 축소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불난 데 기름을 끼얹는 것은 여행 경보뿐이 아니다. 고환율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면세업 특성상 환율 변화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다 보니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환율은 144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행업계도 단체여행 취소, 주가 하락 등으로 어두운 분위기다. 지난 4일 참좋은여행(-4.17%), 하나투어(-3.06%), 레드캡투어(-1.94%) 등의 여행사 주가가 일제히 내렸다. 호텔과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2.75%, 시내·공항면세점을 둔 현대백화점은 3.36% 하락했다.

외국인 대표 관광 명소인 ‘올다무’도 긴장하고 있다. 올리브영 다이소 등이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서울 중구 명동 중앙길 주요 매장은 일평균 매출 95%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한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매출 상승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실적이) 진전을 보이던 와중 이런 일이 터져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전문가들도 국가 이미지 훼손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우려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인들이 방문 일자를 줄이거나 연기 혹은 취소하면서 관광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며 “면세점과 백화점, 성수동·명동의 뷰티 업체 할 것 없이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국가 이미지 개선에 쓴 돈을 일거에 무너뜨린 대형사고”라고 비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