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한데 묶어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탄핵안은 ‘재적’ 3분의 2(200명), 특검법 재의결은 ‘재석’ 3분의 2라는 국회 표결 규칙을 활용해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이탈표 봉쇄를 위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본회의 표결 불참’ 지시를 내리는 걸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면 김 여사 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5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김 여사 특검법 표결 일정을 포함한 향후 국회 일정 전반을 논의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애초 민주당은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 재의결을 시도할 계획이었는데, 일정을 앞당겨 7일 윤 대통령 탄핵안과 연계해 표결하기로 한 것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안 처리에 보이콧 가능성이 있는데 (본회의장에) 들어오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가 않다”며 “그래서 그 시점에 김 여사 특검법도 재의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안 들어오면 특검법은 그냥 통과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재적의원은 300명으로,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192명인 야권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어 최소 8명의 여당 이탈표가 필요하다.
반면 김 여사 특검법 재의결은 가결 요건이 다르다. 대통령이 재의 요구한 안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즉 최소 150명이 출석한 상태에서 3분의 2 이상만 찬성하면 된다. 여당이 불참하더라도 야당 홀로 처리가 가능한 것이다. 특검법을 부결시키려면 여당 측이 반드시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 이 경우에도 여당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면 통과될 수 있다.
두 표결 모두 무기명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 본회의 직전 의총을 열어 표결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민심의 분노를 활용해 여권 분열도 노린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들은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국회 표결에 맞춰 집회 장소를 국회 인근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도 시민들이 국회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했었다. 민주당은 여의도 집회에 참석한 뒤 그 기세로 탄핵안 표결과 특검법 재의결을 처리할 방침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은 불참하고 김 여사 특검법 표결만 참여하면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만 확인될 것”이라며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