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릿세가 뭐길래… 케이블TV 결국 홈쇼핑 블랙아웃

입력 2024-12-06 01:38
게티이미지뱅크

홈쇼핑사와 케이블TV사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방송 중단 사태가 현실화했다. 유통시장과 유료방송시장 변화로 양측 모두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수료 해법을 찾지 못하면 ‘블랙아웃’ 사태가 추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이날 자정부터 케이블TV 3사(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에 대한 방송 송출을 멈췄다. CJ온스타일이 올해 이들과의 송출 수수료 협상이 합의에서 이르지 못하자 방송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현재 이들 방송사 CJ온스타일·CJ온스타일플러스 채널에서는 검은색 화면과 함께 안내 자막만 나오고 있다.

케이블TV에서 대형 홈쇼핑사 채널의 방송이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도 현대홈쇼핑과 CJ온스타일, 롯데홈쇼핑이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의 송출 수수료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자 송출 중단을 통보한 적이 있지만, 막판 정부 중재와 재협상을 통해 블랙아웃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는 대가로 케이블SO 등 유료방송사에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홈쇼핑 업계는 수익성 문제로 케이블TV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케이블TV는 홈쇼핑 사업자의 송출 수수료가 회사 운영을 위한 수입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물러설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케이블TV 가입자 수와 매출이 지속 감소하고 있음에도 세 곳 모두 수수료 산정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인상을 요구했다”며 “이들 사업자는 수수료 대비 매출 개선이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케이블TV 업계는 CJ온스타일이 무리한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고 일방적으로 방송을 중단해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했다고 반발했다.

홈쇼핑사와 케이블SO의 수수료 줄다리기는 연례행사지만 최근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방송사가 홈쇼핑사에 송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채널 변경 등을 통보하는 등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홈쇼핑 업황 부진으로 업체들도 수수료 인상 여력이 줄었고 방송사의 송출 수수료 의존도가 심화하면서 홈쇼핑사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결국 유료가입자 감소로 경영난에 빠진 케이블SO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방송시장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자가 늘고. 통신사와 이들 자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TV(IPTV) 가입자도 증가하고 있지만 케이블TV와 위성방송 가입자는 줄고 있다.

홈쇼핑사 입장에서도 매출이 감소하는 데 송출 수수료를 계속 인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주요 TV홈쇼핑 7개 법인의 지난해 방송 매출액은 2조729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줄었다. 반면 TV홈쇼핑 7개 법인이 유료방송사업자에 낸 송출수수료는 매년 올라 지난해 1조9375억원에 달했다. 방송 매출액의 71%에 달하는 금액이다.

CJ온스타일과 케이블SO 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꾸리는 대가검증협의체에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통시장과 방송시장의 변화로 홈쇼핑과 케이블SO의 갈등은 점점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중재로 수수료 협상에서 접점을 찾는 것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결국 산업 변화와 시장 논리에 따라 홈쇼핑사가 선택적으로 방송사에 송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