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A씨는 어머니가 지난해 6월 상가를 팔아 100만원이 넘는 소득을 얻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연말정산 때 어머니를 인적공제 대상에 포함했다. 어머니의 보장성 보험료와 기부금도 공제 내역에 적어 신고했다. 세법상 100만원을 초과하는 연소득이 있을 경우 인적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A씨는 연말정산 이후 과다공제 받은 부분만큼의 세금을 다시 내면서 가산세까지 물었다.
올해 연말정산(2024년 귀속분)부터는 A씨 같은 사례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연말정산 과다공제를 방지하기 위해 ‘간소화 서비스’를 개편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검증 기능 없이 근로자가 입력한 대로 신고가 완료되는 현행 연말정산 시스템의 허점을 개선해 내년 1월부터 ‘간소화 서비스’를 전면 개편한다고 5일 밝혔다.
국세청은 새로운 시스템에서 올해 상반기 소득금액이 1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500만원)을 초과한 부양가족의 명단을 제공할 예정이다. 소득금액을 초과하거나 지난해 12월 31일 이전 사망한 부양가족의 간소화 자료는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제공한다. 각종 공제 요건과 부양가족의 연간소득금액을 한 번 더 확인하도록 팝업 안내도 강화한다. 국세청은 “신고 오류를 최소화해 추후 납세자가 가산세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연말정산 과다공제 사례는 대다수가 고의성이 없다. 근로자 B씨는 소득이 없는 모친을 부양가족으로 공제 대상에 포함하고 의료비·신용카드 사용액까지 공제받았다. 아직 근로자인 B씨의 부친 역시 배우자인 모친을 인적공제 대상에 포함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부러 한 일은 아니지만 중복공제이므로 가산세와 함께 과다공제분을 추후 납부했다. 근로자 C씨도 2022년 사망한 부친을 지난해 귀속분 연말정산 때 인적공제 대상으로 올려 가산세를 냈다. 연말정산 시스템상 전년도 신고한 인적공제 대상은 신고자가 직접 수정하지 않으면 이듬해에도 동일하게 반영된다.
다만 공제 혜택을 더 받기 위해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 근로자인 D씨는 최근 6년간 친분이 있는 종교단체 대표자와 공모해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아 세액공제를 받다가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점검 대상을 확대해 부당공제 심리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국세청의 시스템 개편은 최근 정부의 세수 확보 노력과 관련이 있다. 2022년 연말정산의 경우 과다공제를 걸러내지 못해 8000억원가량이 더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