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단’ 포고령에 의료개혁 올스톱… 특위 탈퇴·일정 줄연기

입력 2024-12-06 01:56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형욱 위원장이 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3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가 계엄 사태 여파로 전문위원회 회의 일정을 줄줄이 연기했다. 대한병원협회(병원협회)는 5일 의개특위 참여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 1호에 담긴 ‘이탈 전공의 처단’ 문구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한 탓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개특위는 이번 주에 예정된 전문위원회 회의 일정을 모두 연기했다. 4일부터 6일까지 순서대로 예정됐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와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 회의 일정은 모두 미뤄졌다. 한 의개특위 위원은 “전문위 차원의 논의를 마무리 짓기 위한 단계에서 회의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의·정 갈등을 촉발한 의대 증원과 달리 나머지 의료 개혁은 정부와 의료계가 공감대를 형성한 과제였다. 환자단체 등 의료 수요자단체는 물론 의료 공급자단체도 4개 분야별 전문위와 세부 소위원회에 참여한다. 의개특위는 수도권 환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의료 과잉을 줄이기 위한 ‘실손보험·비급여 관리 강화 대책’을 담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개특위에 10여명의 위원을 추천한 병원협회는 이날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포고령에 포함된 ‘전공의 처단’ 문구에 의료계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병원협회는 입장문에서 “국민 건강만을 위해 살아온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인들의 명예와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며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존중받고 합리적 논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날 의개특위에 사의를 표명한 신응진 순천향대 중앙의료원 특임원장은 “계엄 사태를 불러온 대통령이 권위를 잃은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특위가 무엇을 발표한들 국민이 믿고 따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협과 전공의단체는 의개특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여파로 병원협회 등 그동안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의료계 인사들마저 이탈하면서 의료 개혁에는 당장 빨간불이 들어왔다. 어느 정도 논의가 마무리됐던 ‘실손보험·비급여 관리 강화 대책’과 1·2차 의료와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 후속 과제에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병원협회가 참여 중단 입장을 밝힌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의료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 문구가 들어간 경위를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3차 회의 브리핑을 열고 “전공의와 의료인을 향해 처단한다는 포괄적 문구를 넣은 당사자와 그 과정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김유나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