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탄핵 트라우마·이재명 포비아’ 에 갇힌 여당 “尹 탄핵 반대”

입력 2024-12-06 00:17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시작 전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이한형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초래한 후폭풍의 출구전략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비상계엄에 위법·위헌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야당이 추진하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 저지에 나선 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탄핵 열차’의 종착지는 5개 재판을 받는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로의 ‘정권 헌납’이라는 불안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표는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로서 이번 (윤 대통령)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계엄 파장을 줄이기 위해 여러 조치를 제안해 온 한 대표가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 대표는 “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 국민도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 당 의원들과 당원들은 엄정한 현실과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면서도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 역시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의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는 언급도 했다. 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추진이 계엄 사태를 활용한 또 하나의 이 대표 ‘방탄’ 전략이라는 인식이다.

국민의힘은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보수 진영이 수년간 ‘궤멸의 시기’를 보냈던 상황을 잊지 못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국회 의석 구조가 더 불리한 상황에서 정권마저 넘어가면 그 후유증이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층에서 거부감이 큰 이 대표가 탄핵의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우려도 탄핵 반대 결집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집권하면 나라가 완전히 두 쪽으로 쪼개질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서라도 이 대표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는 내부 정서가 크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동조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제거를 돕는 모양새가 되고, 한 대표는 ‘배신자’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는 우려가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대통령 탄핵 표결은 무기명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예상 밖의 이탈표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지난 10월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당시 여당에서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 탈당 문제를 둘러싼 내부 이견도 한 대표의 숙제다. 한 대표는 이날 탄핵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통령을 비롯해 위헌적 계엄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나라에 피해를 준 관련자는 엄정하게 책임져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탈당을 거듭 촉구했다. 친한계는 제명이나 출당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친윤(친윤석열)계는 “분열은 필패”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종선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